대한민국 청년 정치가 ‘양극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6·3 지방선거에서 40세 미만 ‘청년 후보’가 겉으론 화려한 꽃을 피운 듯 보이지만 막대한 자금과 강고한 조직, 계파의 벽은 여전히 청년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일보가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6∼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청년(40세 미만)의 정치권 진입 양상은 ‘체급’에 따라 극단적 온도 차를 드러냈다.
비교적 조직 운영 부담이 덜한 기초의원(구·시·군 의원)과 광역의원(시·도 의원)에선 청년의 영토가 꾸준히 넓어졌지만, 재정·조직이 뒷받침돼야 하는 단체장 출마에선 여전히 견고한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있었다. 청년 정치가 미래 지도자를 키워내는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풀뿌리 단계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도지사 ‘박스권’…기초단체장은 20대 ‘멸종’
광역단체장(시·도지사) 선거는 청년들에게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로 비쳤다. 제6회 지방선거에서 40세 미만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제7회 들어 5명으로 늘어나며 문턱이 낮아지는 듯했으나, 이후 선거에서도 5명에 머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전체 후보자 감소로 비중이 9.3%까지 소폭 올랐지만, 정체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특히 이번 시·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20대 후보는 단 2명에 불과해, 고위 선출직으로의 직행 통로는 사실상 막힌 상태다.
시·군·구의 살림을 도맡는 기초단체장 선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청년 후보는 제6회 12명에서 제8회 6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제9회 들어 11명으로 회복세를 보였으나, 전체 후보 대비 비중은 고작 1.9%에 그친다.
더 큰 문제는 세대 단절이다. 제6회 2명, 제7회 1명이던 20대 후보는 제8회와 제9회 선거에서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멸종’했다.
◆6·3 시·도의원 선거 청년 후보들 10.1%로 역대 최고
반면 지방의회로 눈을 돌리면 기류가 바뀐다. 시·도의원 선거의 청년 후보는 제6~8회까지 120∼130명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제9회 선거에서 167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청년 후보 비중도 10%대(10.1%)를 돌파했다.
다만 이는 100명 안팎에 그치던 30대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136명으로 급증한 결과다. 20대 이하 후보는 31명(1.8%)에 그쳐 세대 간 온도 차를 좁히진 못했다.
청년 정치인의 가장 확실한 ‘등용문’은 구·시·군의원 선거였다. 전체 기초의원 후보자 수가 통폐합 등으로 인해 줄었으나 청년 후보는 제6회 322명에서 제9회 479명으로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전체 청년 후보 비중 역시 6.0%에서 10.9%로 2배 가까이 뛰었다. 특히 단체장 선거에서 사라진 20대 이하 후보가 이번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98명이나 출마해 유의미한 청년 세력의 진입을 알렸다.
◆광역의원은 30대 중심 ‘약진’…기초의원은 ‘등용문’
결국 데이터가 가리키는 대한민국 청년 정치의 현주소는 아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당들의 청년 가산점과 할당제 등이 기초·광역의원 단위에 집중되면서 풀뿌리 정치의 진입 장벽은 낮아졌다. 상대적으로 요구되는 자금과 조직력의 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원을 거친 청년들이 체급을 올려 단체장이나 고위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사다리 구조’는 아직 작동하지 않는다. 막대한 자금과 지역 당원 조직, 정당 주류 계파의 벽은 여전히 청년의 탑승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청년 정치에서 ‘풀뿌리 정체’ 현상이 지속한다면, 대한민국 정치의 인적 쇄신과 미래 지도자 육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기성 정당들이 청년을 소모품으로 쓰는 데 그치지 말고, 상위 체급으로 갈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열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