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도 떼기 전 ‘영업익 N%’ 요구 봇물… 주주 권리 침해 논란 [삼성 성과급 잠정합의 후폭풍]

들끓는 삼전닉스식 성과급 요구

‘파업 위기’ 카카오 27일 2차 조정
TSMC 노조도 “삼성처럼” 파업론

영업익, 확정이익 아닌 ‘중간 지표’
법인세·이자·환차손 반영 안 돼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위반 소지
李대통령도 “이해 안 돼” 비판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계기로 대기업 노조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라’라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최종 수익이 아닌 ‘중간 지표’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고정비로 확정할 경우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주주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영업이익의 일부를 직접 현금으로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데서 벗어나 자사주(RSU)를 지급하거나 이사회가 향후 투자계획 등을 고려해 성과급 재원을 결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삼전 합의안 가결될까… 찬반투표 내일 종료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2026년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시작된 지 나흘째인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이날 오전 8시29분 기준 투표율은 86.16%로, 27일 오전 10시 종료되는 투표가 가결될 경우 잠정합의안은 최종 확정된다.
뉴스1

25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불붙은 노조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는 27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과 2차 조정을 진행한다. 노조의 찬반투표가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2차 조정이 결렬될 경우 카카오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이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해 카카오 영업이익의 최대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했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의 20%, 현대자동차 및 기아, LG유플러스, HD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의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노조들은 하나같이 사측에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라고 촉구한다. 영업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비·일반관리비 등 운영비용을 뺀 수치다. 법인세와 이자비용, 외화를 거래할 때 환율 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인 환차손 등 기업 유지에 필수적인 지출은 반영되지 않은 ‘중간 지표’다. 즉 영업이익이 발생해도 세금과 이자 등을 내고 나면 순이익은 적자가 될 때도 있다. 영업이익으로 성과급을 먼저 지급해야 하는 기업은 경우에 따라 빚내서 성과급을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해 ‘요구가 지나치다’고 비판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영업이익 배분은 투자자도 못 하는 일”이라며 “기업의 주인인 주주조차 모든 비용을 제하고 남은 ‘배당가능이익’ 안에서만 몫을 챙기는데 노조가 그 앞순위에서 확정적인 비율을 요구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지급은 주주 권리 침해 논란도 낳고 있다. 상법상 주주는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잔여재산에 대한 권리를 갖는 ‘잔여청구권자’로 표현된다. 문제는 세금과 이자, 배당을 산출하기 전의 재원인 영업이익에서 일정 비율을 떼 성과급으로 고정 배분하는 것은 근로자가 주주보다 앞선 선순위 이해관계자가 돼 사실상 주주 권리를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영역은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나 이사회 결정이 필요한 경영 판단에 속한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합의안과 같이 단체협약을 통해 이익 배분을 명문화하는 것은 이사회 및 주주총회의 이익처분권을 사실상 노조와 공유하는 셈이 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중간 단계의 지표인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체계는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애플과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RSU를 지급해 임직원과 주주가 함께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서는 방식을 택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주식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 성과를 유인하는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경우에도 최소성과를 보장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사회가 결정하는 구조다. 다만 1분기 약 26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TSMC는 최근 12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 건설로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성과급을 삭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에 TSMC의 일부 직원은 삼성전자 노조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도) 이제 파업해야 할 때가 됐다’ 등의 의견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며 성과급 투쟁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