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 속 유가 급등 등 경제적 타격이 확대되며 전 세계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소식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양국에선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메시지만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과 이란 모두 최종 합의를 위해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이 만만치 않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기 힘든 탓이다. 협상이 타결돼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의 경우 공화당 강경파의 반발이 합의를 가로막는 요소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은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출연해 이번 종전 협상이 “내게는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란을 압박할 핵심 수단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푸는 것에 반발하며 종전 협상이 “실패할 운명”이라고 직격하기까지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친이스라엘 성향으로 꼽히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 등 애초 전쟁 목표를 이루지도 못했는데도 협상을 통해 종전하면 이란 정권을 외교적 해법이 필요한 합법적 세력으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국무장관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는 현재 이란과 논의되고 있는 협상안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협상안과 똑같은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당내 강경파의 반발이 트럼프 대통령의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정치적 보복을 우려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직언을 꺼려온 최근 공화당 분위기와 달리 강도 높은 발언이 쏟아져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도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보안 문제로 빠르게 협상을 이어갈 수 없는 처지다. 국가 핵심 인사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은신한 영향이다. 미국 CBS방송은 미 정보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권한을 가진 중요 결정권자가 대부분 햇빛도 보기 힘든 요새화된 공간에 머무르며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소통을 피하고 있다”면서 “이란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사소통 어려움 겪고 있으며, 협상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히, ‘장대한 분노’ 작전 초기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진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비밀스러운 공간에 은거하며 전령 등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직접 발언 대신 ‘최고지도자가 기본 합의안에 동의했다’거나 ‘최종 합의 사항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식의 소식만 흘러나오는 것”이라면서 “답변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을 뚫고 극적으로 종전 합의를 이뤄낸다 해도 전 세계가 바라는 호르무즈해협 정상화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란의 핵 보유, 우라늄 농축, 미사일 문제 등 미뤄둔 갈등 요소가 너무 많아 언제든 해협이 다시 막힐 수 있다. 기뢰 제거 등 해협 내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기뢰 제거 함정과 장비를 현장에 배치하는 데만 수주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운업체들이 이 지역 운항을 꺼리고, 보험사들도 선박 호송과 추가 안전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 물류비용 상승과 운송 지연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한두 달 내 전 세계 정유시설이 원유를 확보할 것”이라며 빠른 위기 해소를 장담했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의 경제 싱크탱크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상품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석유 시장의 수급 균형이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가격 하락 추세가 나타날 텐데, 이는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