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동작구 장승배기 사거리 앞. 길가엔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현수막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노상 현수막보다 시민들의 시선을 끄는 건 사거리 건물마다 걸린 초대형 현수막이다. 선거사무소를 차린 후보들은 크게는 건물 3개 층을 덮는 규모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이날 사거리에서 만난 심명순(77)씨는 “선거철이기도 하고, 현수막이 있어야 시민들도 후보를 알 수 있다”며 스마트폰 등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현수막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김민준(33)씨는 “너무 크게 느껴진다. 저런다고 유권자가 더 뽑을 것 같진 않다. 20대 유권자라면 저런 방식의 홍보를 더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까”라고 했다.
6∙3 지방선거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서 전국 도심 곳곳이 선거 현수막으로 가득 찼다. 여러 후보의 선거 현수막이 난립하는 가운데 건물을 뒤덮는 초대형 현수막까지 걸리면서 도시 미관 훼손과 함께 폐현수막 증가, 안전사고 발생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 도심에선 대형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양당 후보 캠프는 각 선거사무소 빌딩에 최대 10여개 층을 덮는 초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구청장, 시의원 등에 출마한 일부 후보자들도 2∼3개 층을 덮는 대형 현수막을 사용 중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사무소∙연락소는 간판∙현판∙현수막 설치를 허용받을 경우 규격∙수량에 별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폐현수막 양도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를 통해 집계한 폐현수막 발생량은 4971t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지방선거 현수막에 따라 폐현수막이 5000t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폐현수막 재활용 비율을 매년 높이고 있지만, 지난해 기준 여전히 절반 이상의 폐현수막이 소각 처리됐다.
안전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일 강원도 원주시 원주의료원 사거리에선 국민의힘 원강수 원주시장 예비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가설 파이프 구조물이 강풍에 그대로 휘어졌다. 화재 발생 땐 현수막으로 피해가 커질 수도 있다. 폴리에스테르가 주재료인 현수막은 불이 빠르게 붙고, 유독가스도 일으킨다. 여러 층의 창문을 덮는 현수막이 연기 배출, 구조 활동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 이날 기자가 찾은 동작구 한 빌딩의 경우 4층에 입주한 후보자 사무실 현수막이 6층 고시원까지 3개 층을 덮고 있었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건물 창문은 화재 시 대피할 수 있도록 열려야 하는데, 현수막이 가리면 대피 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대형 현수막에 가려지면 실내가 어두워지는 점도 대피 시 비상구 확인을 어렵게 하는 요소”라며 “현수막에 불이 붙는다면 건물 외장에서 화재가 급속하게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