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서훈 첫 전수조사… ‘고문·간첩 조작’ 가담 땐 포상 박탈

법무부, 서훈자 공적사유 검토

‘반헌법행위자열전’ 檢 출신 대상
훈·포장, 표창 등 2만여개 조사
2018년 이후 檢 공적 취소 ‘0명’
‘유신헌법’ 김기춘 우선 검토 유력
“주관적 판단 땐 권위 실추” 우려

정부가 과거 독재정권으로부터 유신이나 고문·간첩 조작 등 반(反)헌법 행위에 가담해 국가 포상을 받은 검사들의 서훈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가 역대 정부 포상을 받은 검사와 검찰수사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이후 고문·간첩 조작 등 거짓 공적을 이유로 63명의 서훈이 취소됐으나, 검찰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서훈 취소가 정부 포상의 권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25일 법무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1955년부터 71년 동안 검사와 수사관들에게 수여된 훈·포장과 표창 2만여개의 공적사유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난달부터 진행 중이다. 법무부는 박 의원에게 보낸 답변자료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정부 포상 취소 추진 방안 등에 대해 행정안전부와 두 차례 회의를 진행하는 등 검사 출신 서훈자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상훈법과 정부표창규정은 서훈 공적이 허위로 밝혀지거나 1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은 경우,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정부 포상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정부 포상 명단 중 공적개요, 수상 시기상 상세 내역 확인이 필요한 검사·수사관에 대해 행안부와 국가기록원 등에 공적조서, 관련 회의록, 기타 증빙서류 등 상세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며 “향후 순차적으로 수상자들의 상세 공적 자료를 확보해 서훈 취소 사유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토 대상에는 성공회대학교 민주자료관과 평화박물관이 올해 3월 출간한 ‘반헌법행위자열전’에 실린 검사 출신 49명 가운데 법무부 추천으로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은 30명도 포함된다. 검사와 수사관 등을 포함한 전수조사라서 전체 검토 대상은 수백명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법무부는 전체 검토 대상 규모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973년 검사 재직 당시 ‘유신 과업의 추진을 위한 각종 법률의 제정과 개정에 공이 많다’는 사유로 받은 홍조근정훈장이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으나, 1심 판결 당시 유리한 양형 참작 사유로 여러 차례 정부 포상을 받은 점이 거론돼 논란이 됐다. 이규명 전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이 1971년 ‘재일 조총련계 학생 국가 전복기도 사건’을 수사한 공로로 1984년 받은 홍조근정훈장과 최명부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1974년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 등을 수사해 서울지검 1차장검사로 재직할 때인 1986년 받은 홍조근정훈장 등도 검토 대상이다. 최 전 부장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반정부활동을 했다’며 사형을 구형했던 고(故) 김태열씨는 사형 집행 43년 만인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재명정부는 국가폭력 가해자나 반헌법적 행위자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행안부는 고문·간첩 조작 사건 등 국가폭력과 관련된 재심 무죄 사건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각 기관에 서훈 취소 검토를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기본적으로 서훈은 당대의 가치관에 입각해 포상을 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자칫 주관적일 수 있는 기준으로 과거 서훈을 취소하는 건 정부 포상을 가볍게 만드는 일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도 정권이 바뀌면 서훈이 박탈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라며 “당사자나 유족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