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카트, 안 타고 그냥 걸으면 안 될까요?”
골프장에서 이 질문은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실제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팀당 10만~15만원 수준의 카트비가 일제히 부과되기 때문이다. 선택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필수 비용에 더 가깝다.
26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카트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운영 구조에 편입된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골프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4~5인승 전동카트는 대당 약 1300만~1500만원 수준이다. 리튬배터리 탑재형은 2500만~3200만원, 야마하(Yamaha) 골프카트, 클럽카(Club Car) 등 주요 수입 브랜드 모델은 28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골프장들은 초기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리스 방식(월 25만~60만원/대)을 활용하기도 한다. 한 골프장에는 통상 50~80대의 카트가 배치된다. 이 카트들은 18홀 운영 흐름에 맞춰 반복 운행되며, 업계에서는 하루 1.5~4회 수준의 회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부터 카트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카트는 ‘타는 순간 비용이 발생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돌아가는 순간 수익이 누적되는 단위’로 작동한다.
그런데 이 구조가 만들어내는 가장 큰 논쟁은 수익성이 아니라 ‘과연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이 있느냐’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카트 이용이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골프장이 카트를 기준으로 운영 시스템을 설계하고 있다. 1팀당 1카트 배정, 카트 기반 동선 운영, 그리고 요금의 패키지화가 결합되면서 이용자는 사실상 카트를 제외한 라운드를 선택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다. 즉, 제도적으로는 선택이지만 운영 방식상으로는 선택권이 크게 제한된 셈이다.
이를 단순 모델로 환산하면 카트 1대의 수익 구조는 다음과 같다. 팀당 카트비 11만원, 하루 평균 2.6회 회전을 기준으로 하면 카트 1대당 하루 약 28만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연 300일 운영 기준으로 환산하면 카트 1대당 연간 매출은 약 80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운영 효율이 높은 골프장의 경우 1억원에 근접하는 사례도 거론된다.
겉으로 보면 ‘이동 장비의 수익화’지만, 구조적으로는 이용료라기보다 회전료에 가깝다.
카트 가격이 약 150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금 회수 속도는 빠른 편이다. 다만 리스 비용과 유지·정비 비용, 운영 방식 등에 따라 실제 회수 구조는 골프장별로 차이가 있다.
운영 단계에 들어가면 카트 수익 구조는 더욱 안정적인 형태를 띤다. 카트 평균 교체 주기는 약 7~10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배터리 교체와 정비를 포함한 연간 유지비는 200만~40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감가상각(약 214만원), 정비(150만~300만원), 보험 및 관리비(50만~100만원)를 포함하면 단순 추산 기준 연간 유지·운영 비용은 약 400만~600만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단순 현금 흐름 기준으로 보면 매출 대비 비용 비중은 낮은 구조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회계 처리 방식과 금융비용 반영 여부에 따라 실제 수익성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가 이용자의 선택 여부와 무관하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카트비 고착화와 고급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대중형 골프장의 카트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팀당 카트비가 10만원 이상인 대중형 골프장은 2019년 3곳에 불과했지만 2022년 64곳, 2024년 159곳, 올해는 204곳으로 급증했다. 전체 대중형 골프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9년 1.5%에서 2022년 22.7%, 2024년 64.8%, 올해는 81.3%까지 상승했다.
가격 상승과 함께 카트 고급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6인승 리무진 카트를 도입한 골프장은 2023년 28곳에서 지난해 66곳, 올해는 99곳으로 증가했다. 특히 리무진 카트를 운영하는 골프장 가운데 대중형 골프장이 60곳으로 회원제 골프장(39곳)보다 많았다. 리무진 카트 평균 이용료는 약 20만원 수준으로 일반 5인승 전동카트 대비 약 2배 높은 수준이다.
전국 골프장은 약 520~540곳 규모로 추정되며 대부분 카트 기반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부 도보 라운드가 가능한 코스를 제외하면 카트는 사실상 필수 운영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해보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국내 골프장 연간 내장객 약 4600만명을 4인 1팀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150만 팀이다. 여기에 팀당 카트비 11만원을 적용하면 전국 카트비 시장은 연간 약 1조2000억~1조3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실제 이용객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골퍼 1인당 연간 카트비 지출액은 21만2000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국 골프장의 총 카트비 매출은 지난해 1조1551억원으로, 5년 전보다 41.7% 증가했다.
골프장 한 곳 기준으로 보면 카트비는 연간 약 20억~25억원 규모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최근 골프 수요가 감소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카트비 수준은 크게 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약 4741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31만명 감소하며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카트비는 유지되거나 오히려 인상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리무진 카트 이용 여부에 따라 서비스 동선과 이용 경험이 달라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카트가 단순 이동 장비를 넘어 소비 수준과 이용 등급을 구분하는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카트를 단순 편의시설이 아니라 회전 속도가 빠른 운영 자산으로 분류한다. 골프장 시설 투자 회수 기간이 통상 15~25년, 토지 개발이 30년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회전 속도가 빠른 자산군에 해당한다.
결국 카트비 논쟁의 핵심은 가격 수준 자체보다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논란을 줄이려면 단순 가격 조정보다 비용 구조의 투명한 공개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그린피와 별도로 부과되는 카트비·캐디피·세금 등의 세부 항목과 산정 기준을 보다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골프장의 카트는 법적으로는 선택 사항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안 타도 돈을 내야 하고, 걷고 싶어도 사실상 걷기 어려운 구조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골프장들은 여전히 카트를 ‘선택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선택이라면, 그것은 서비스라기보다 이미 구조화된 과금 시스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