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3일은 지방자치 단체장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일이다. 지자체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역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청렴’이다. 현재 시장이나 군수에 해당하는 조선시대의 직책은 지방 수령일 것이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도 지방 수령의 부정부패는 늘 문제였다. 조정은 이들을 감시 및 감독하는 체계를 갖추는 데 큰 노력을 기울였다. 수시로 암행어사를 파견해 감찰하였고 관찰사 등 상급 기관에서 행정을 통제하였다.
그럼에도 지방 수령의 부정부패는 적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합법과 불법의 모호한 경계에서 수령의 봉급이 집행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수령의 봉급인 봉름에 대한 규정이 모호했다. 『경국대전』을 비롯한, 조선시대 각종 법전은 품계에 따라 중앙 관료의 녹봉을 규정하고 있지만, 지방 수령에 관한 것은 없었다.
조선시대 지방 수령의 봉급은 일반 관료의 급여 체계와 다르게 ‘봉름’이라는 별도 방식으로 지급되었다. 봉름은 봉급을 의미하는 봉(俸)과 관아에 딸린 토지를 의미하는 늠(廩)의 합성어로 관아에 딸린 토지의 생산물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군현마다 관청이 소유하는 토지의 규모가 달랐고, 이에 따라 같은 직급이라도 봉름의 규모는 저마다 달랐다. 쌀 150석에서 500석 이상 되는 고을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다만, 중앙 관료의 봉록과는 비교할 수 없을 큰 금액이었고 임의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조정에서 수령에게 봉름 방식으로 급여를 지급한 이유는 그들이 왕을 대신하여 지방 군현을 다스리는 ‘왕의 대리자’라는 데 있다. 왕이 임의로 통치 비용을 마련하여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 수령에게도 지역의 상황에 맞게 비용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던 것이다.
봉름의 지출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본 명목과 그 외로 나뉘었다. 기본적인 명목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판공비였다. 기본적인 명목은 대개 모내기나 추수를 하는 농민들을 격려할 목적으로 바늘 등 약소하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선물을 주거나, 백일장을 개최해 교육을 활성하고, 노인을 위해 연회를 벌이는 것들이었다. 방금 말한 일들은 지방 수령의 업무로, 이를 수행하는 활동비로 봉름을 지출했다.
봉름은 그 외 명목으로도 사용되었다. 그 외의 일반적인 지출은 세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부모를 봉양하거나, 친구나 친지에게 선물을 보내는 개연적인 용도로 쓰였다. 현재 관점에서 보면 사적 유용이라 비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효도를 근본 도리로 삼는 성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삼강오륜을 실천하기 위한 행위였으므로, 불법적이거나 비판의 대상이 아니었다. 농암 이현보 등 여러 관료가 부모를 봉양하기 위해 왕에게 지방수령을 자청하였고, 봉름을 써서 봉양했다.
둘째, 간행 사업에 봉름을 지출했다. 유교 성현의 문집 및 족보와 같은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간행 사업의 비용 역시 봉름에서 충당했다.
셋째, 흉년이나 전염병이 발생하였을 경우 봉름은 백성을 구휼을 하거나, 잡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금으로 되었다. 이러한 봉름의 활용은 당시 법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출이었다.
지방 수령이 봉름을 지출하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백성들을 위해 모두 사용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적인 바람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현실의 청백리는 매관매직, 부정청탁 등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 봉름을 당시 통념에 맞게 지출하는 관리였다. 다산 정약용도 『목민심서』에서 청렴의 기준을 이상과 현실로 구분했다.
“청렴은 세 가지 등급이 있다. 최상의 것은 봉급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날에 한 필의 말로 시원스럽게 가는 것이다. 이것이 옛날 말하는 염리(廉吏: 청렴한 관리)라는 것이다. 그 다음은 봉급 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되 올바르지 않은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 남은 것은 집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어서 다산 정약용은 ‘오늘날의 염리’에 대해서도 말한다. 그는 ‘전례에 없던 것을 먼저 시작해 착복하지 않으며, 매관매직을 하지 않으며, 세를 더 부과해 남은 것을 축재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한다.
매관매직과 이로 인한 음성적이고 불법적인 부정 축재와 상납 등과 같은 구조가 형성되었던 시절에 다만 규탄받을 행위만이라도 하지 말라는, 그렇게만 해도 오늘날에는 청렴하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도 국민이 시장·군수들에 대해 청렴의 바람을 갖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상적으로는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청백리가 되어야겠지만, 최소한 부정부패로 인한 구속 소식은 전하지 않는 지자체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전통생활사총서 43)
박희진 경북대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