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물어봤다”는 스타벅스…‘AI 만능주의’에 사회적 감수성 놓쳤다

이슈 불거진 후에야 ‘문제 가능성’ 인지 알려져
결재 과정에서의 문제도 드러나…결함 있었다
AI는 단순 ‘결합’ 결과만 낼 뿐…‘맥락’은 없었다

“AI에 물어봤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 관련 기자회견에서 실무자 조사 결과를 이처럼 전했다. 기존 텀블러 홍보 문구였던 가방 수급과 ‘라임’을 맞추는 데 급급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논란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담당 직원들 조사 과정에서 나왔다면서다.

 

이슈가 불거지고 나서야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를 인지했다며 행사 주관 부서의 고의성 여부 부인을 전한 전 총괄은 “이러한 정황만으로 현재까지 해당 임직원들의 사전 모의와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로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26일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 코리아 이커머스팀에서 제안했으며 팀장과 담당 대표이사의 보고라인을 거쳐 확정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는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승인했고, 업무팀의 검증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는 등 리스크 관리 체계의 심각한 결함도 드러났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결재 라인 전체의 엄중 조치가 필요하다는 그룹의 판단인데, 일각에서는 업무 체계 깊숙이 자리한 인공지능(AI)에 기대는 ‘AI 만능주의’와 업무 태만 등이 맞물려 빚은 인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크로스체크 시스템이 무력화된 자리에 AI에 대한 무비판적 신뢰가 채워지면서, 대형 브랜드가 사회적 가치와 역사적 맥락을 놓치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AI에 물어봤다’는 조사 과정에서의 설명으로 미뤄 실제 어떤 ‘프롬프트(명령어)’를 썼을지도 관심사다. AI는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사회적 맥락이 학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텀블러’ 마케팅 문구와 이미지 생성을 주문하면 그에 따른 결합성 결과물만 낼 뿐, 논란이 되리라는 경고를 하는 경향은 없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논란 사과문 발표를 위해 단상에 오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회사가 이번에 '탱크 텀블러'를 5월18일부터 판매하는데, 마케팅 문구와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취지로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에서 명령어를 입력하자,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 텀블러' 판매를 축하한다”는 답변과 함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이미지를 생성했다. 같은 문구를 입력한 오픈 AI의 ‘챗GPT’에서도 별다른 경고 없이 이미지 하나가 빠르게 나왔다.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가 역사적 맥락이나 사회적 민감성을 스스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점이 고스란히 증명된 셈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제시한 키워드의 조합과 확률에 기반해 결과물을 도출할 뿐, 특정 국가나 사회의 역사적 아픔, 혹은 정치·문화적 맥락까지 스스로 필터링해 위험성을 경고해 주지는 않는다”며 “AI를 업무에 활용하더라도 검증과 리스크 관리, 사회적 감수성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인간 기획자의 몫이자 책임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