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평행선에 머무르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난기류’를 만났다. 미국은 이란 남부의 일부 목표물을 전격 공습했다. 이란도 미국 드론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고농축우라늄을 제3국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난 상황에서 이뤄진 공격이 종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25일(현지시간) 이란 남부에서 기뢰 부설을 시도하는 이란 선박과 미사일 발사대에 대해 일부 공습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는 폭스뉴스에 기뢰를 설치하려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소속 선박 2척을 격침했고,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에 있는 지대공 미사일 기지를 타격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직접 공격은 지난 7일 이후 18일 만이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IRGC는 26일 “테러리스트 미군이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며 “방공 부대는 미군의 MQ-9 드론을 격추했다. F-35 전투기에도 사격을 가해 도주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침략적인 미군의 휴전 위반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격은 양국 간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논의가 비교적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는 가운데 갑자기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농축우라늄은 즉시 미국으로 넘겨진 뒤 폐기되거나, 더 바람직한 방안으로는 이란과의 협력 및 조율을 통해 현지(이란)에서 폐기되거나, 또는 다른 용납 가능한 장소에서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나 그에 상응하는 기관이 입회하는 가운데 폐기될 것”이라며 기존보다 유화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란 측도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며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불발 시 “(이란에 대한 공격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크고 강력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고, 결국 이날 실행됐다.
이번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은 현재 알려진 합의안이 이란 측에 지나치게 많은 양보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에 미군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 간의 관계 정상화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을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도 강경파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당장 이번 공격이 종전 협상 결렬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미국은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자위권 행사 차원’이었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미군의 대이란 공습을 통해 양국 간 휴전과 종전 협상 진행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정치적 지원군이기도 한 공화당 의원들의 반발이 지속하는 한 협상 국면은 언제든 다시 대립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를 두고 대립하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란은 MOU 체결 후 동결자산 120억달러(약 18조원)를 먼저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조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렇게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26일 오만 앞바다에 있던 유조선 외부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가 밝히며 긴장감은 한층 커지는 상횡이다.
이스라엘의 움직임도 변수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격을 이란 전쟁의 긴장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해 왔는데, 이번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강화할 것을 군에 지시했다. 이후 이스라엘 공군은 레바논 남동부 여러 지역을 공습해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레바논 국영 NNA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