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10분 역세권 닮은꼴 정책… 정원오·오세훈 “베끼기” 신경전 [심층기획-6·3 지선 매니페스토]

<2> 여야, 서울시장 공약

鄭 ‘착착개발’ 吳 ‘신통기획’ 제시
정비사업 수단으로 같은 시기 공급
교통정책·돌봄공백 해소도 비슷해

주거·교통·돌봄 공통 의제 불가피
실현가능성·예산 현실적 조건 봐야

6·3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주요 후보의 정책은 주택 공급과 교통망 확충, 돌봄·복지 강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각각 ‘30분 통근도시’와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31만호’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개된 5대 핵심 공약을 살펴보면 두 후보 모두 서울 시민의 최대 관심사인 집값과 출퇴근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정 후보는 정비사업 절차를 줄여 2031년까지 주택 36만호 이상을 착공하겠다고 했고, 오 후보는 ‘신통기획 2.0’을 통해 같은 시기 31만호 착공을 약속했다. 교통 분야에서도 두 후보는 모두 ‘10분 전철역’을 내세웠다. 정책의 방향이 비슷해지면서 양측은 상대 공약을 두고 ‘베끼기’ 공방까지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핵심 현안이 주거와 교통에 집중된 만큼 공약이 일정 부분 닮아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목표 물량보다 실현 가능성과 재원 조달 방안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착착개발 36만호” vs “신통기획 31만호”

전국에서 부동산 정책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이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도 주택 정책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두 후보는 앞다퉈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사업 기간 단축을 약속하며 주택 공급 확대 경쟁에 나섰다. 개혁신당 김정철 후보도 규제 혁신을 통한 도시정비 속도 회복을 주택 공약으로 내걸었다. 큰 틀에서는 정비사업 기간을 줄이고 실제 착공 물량을 늘리겠다는 방향이 공통적이다. 다만 정 후보는 민간과 공공을 병행한 공급 확대에, 오 후보는 민간 정비사업의 속도전에 상대적으로 방점을 찍었다.



정 후보는 ‘착착개발’로 2031년까지 민간·공공을 통틀어 주택 36만호 이상을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15년 이상 걸리던 정비사업 기간을 10년 이내로 줄이기 위해 기본계획과 정비구역 지정,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인가를 각각 한 번에 처리하는 ‘동시신청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오 후보는 ‘신통기획 2.0’에 기반해 2031년까지 총 31만호의 주택을 착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선 3년 내 착공이 가능한 85개 구역 8만5000호를 ‘핵심전략정비구역’으로 선정해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목표의 규모보다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은 “공급 부족이라는 현실과 표심을 의식한 정책 경쟁이 맞물리면서 공급 확대 전략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은 가용지가 제한적인 만큼 목표치 자체보다 공급 가능성과 예산 집행 등 현실적 조건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닮은꼴 공약에 신경전도

주택뿐 아니라 교통과 복지 분야에서도 두 후보의 공약은 상당 부분 유사하다. 교통 정책에서는 모두 ‘10분 전철역’을 목표로 내세웠다. 정 후보는 ‘30분 통근도시’ 구상을 통해 10분 역세권·5분 정류소 체계를 구축하고, 서부선·강북횡단선·동부선을 연결하는 ‘격자형 철도망’으로 대중교통망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도시철도 7개 노선의 조기 착공·조기 완공을 통해 서울 어디서나 ‘내 집 앞 10분 전철역’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복지 공약에서도 저출생·고령화 대응, 돌봄 공백 해소가 공통 화두였다. 정 후보는 초등 돌봄시설 200개 추가 확충과 24시간 아이돌봄 체계 구축을, 오 후보는 초등 돌봄시설 130개 확충을 포함하는 ‘약자와의 동행 시즌2’를 각각 제시했다.

공약 간 접점이 많아지면서 양측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정 후보와 오 후보는 ‘착착개발’과 ‘신통기획’을 두고 서로 상대 공약이 자신의 정책을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 측은 정 후보의 돌봄 공약 역시 자신의 공약과 유사하다고 공세를 폈다.

신정섭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선거는 주민 생활과 직결된 의제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부동산·교통·돌봄 분야 공약이 일정 부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울처럼 주거와 출퇴근 문제가 핵심 현안인 지역에서는 후보 간 정책 차별화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약 베끼기’ 공방에 대해선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현상”이라며 “지방선거는 흔히 중앙정치의 대리전이라고 하기도 하는 만큼 공약 유사성을 둘러싼 논란이 유권자 판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