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규범, 대미 외교 얽힌 복합 과제 美와 ‘핵연료’ 등 난제부터 풀어야 치밀한 전략, 추진력도 뒷받침돼야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논의가 다시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주관으로 어제 경남 진해 잠수함사령부에서 열린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국방부가 2030년대 중반을 목표로 핵잠을 확보하겠다는 ‘장보고 N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공식 석상에서 핵잠 개발 계획이 공개됐다는 점은 단순한 무기 확보 프로젝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 정부가 핵잠 확보를 자주국방과 미래 안보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이날 국방부는 5대 개발 원칙을 제시하며, 핵잠의 국내 독자 건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핵연료와 관련해선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며, 핵연료 교체를 최소화하도록 장주기 운전이 가능하게 개발하겠다”라고 밝혔다. 핵잠이 갖는 군사적 가치는 분명하다. 기존 디젤 잠수함과 달리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고 기동성이 뛰어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해양 기반 핵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동북아 안보 환경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핵잠은 한국 해군의 작전 반경과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의 장벽은 높다. 핵잠 개발은 단순히 잠수함을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소형 원자로 기술, 핵연료 공급, 국제 규범, 대미 외교가 모두 얽힌 복합 과제다. 특히 핵연료 확보 문제는 사실상 미국과의 협력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연료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이후 협상이 교착 상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핵잠 개발 청사진을 공개한 것은 단순한 정책 발표 이상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국의 결정을 마냥 기다리는 대신 한국이 독자적인 비전과 추진 의지를 갖고 있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이는 국내적으로는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협상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핵잠 계획을 공개하는 것이 미국의 견제 심리를 자극해 오히려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핵확산 문제에 민감한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독자 핵잠 추진을 경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핵잠 추진의 성패는 협상력 이전에 국가의 방향성과 지속적인 의지에 달려 있다. 핵심 과제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라는 현실적 난제를 풀어내는 일이다. 치밀한 전략과 꾸준한 추진력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한국 안보의 새로운 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