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2만원 vs 176만원”…같은 반도체 호황, 월급명세서 숫자는 달랐다 [숫자 뒤의 진실]

300인 이상 전자부품업 상용직 월임금총액 942만원
300인 미만 임시·일용직 월임금은 176만원에 머물러
전문가들 “수출 성장만큼 성과 배분 논의도 뒤따라야”

“942만원 vs 176만원. 같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대기업은 웃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반도체 공장 앞. 교대 시간이 되자 직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버스 정류장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고 편의점 안도 금세 북적인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났지만 근로자들이 받아 드는 월급은 같지 않았다.

 

전기전자·IT부품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관련 업종의 임금은 사업장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라 크게 갈렸다. 게티이미지

27일 국가데이터처와 관세청의 ‘2026년 1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 잠정 결과를 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2199억달러였다. 전년 동기보다 37.8% 늘었다. 대기업 수출은 52.9% 증가했고, 수출액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50.1%까지 올라갔다.

 

전기전자 수출이 회복세를 강하게 밀어 올렸다. 같은 자료에서 전기전자 수출액은 119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0.6% 증가했다. 반도체가 포함된 IT부품 수출액도 830억달러로 124.6% 뛰었다.

 

한국 수출 그래프의 앞줄에 다시 반도체와 전자부품이 선셈이다.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모든 근로자의 월급이 함께 오른 것은 아니었다.

 

◆같은 업종, 다른 월급표

 

대표 전자·반도체 대기업의 보상은 빠르게 올라갔다. 2025년 사업보고서 기준 SK하이닉스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은 1억8500만원이었다. 전년보다 58.1% 늘어난 금액이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급여액도 1억5800만원으로 21.5% 증가했다.

 

12개월로 단순 나누면 SK하이닉스는 월평균 약 1542만원, 삼성전자는 약 1317만원 수준이다. 매달 같은 금액이 통장에 찍힌다는 뜻은 아니다. 성과급과 상여금이 섞인 연간 평균 보수다.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 실적 개선, 성과급 확대가 맞물리면서 대형사 직원 보상에는 호황이 비교적 빠르게 반영됐다. 삼성전자 수치는 반도체 부문만 떼어낸 숫자가 아니다. 가전과 모바일 등 전 사업 부문을 합친 전사 평균이다.

 

◆766만원이 갈렸다

 

대기업의 연봉은 이미 억원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같은 업종 안에서도 사업장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라 임금표는 크게 달라졌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의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에서 300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의 1인당 월임금총액은 942만원이었다.

 

반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임시·일용근로자는 월 176만원에 그쳤다. 차이는 766만원이다. 300인 미만 임시·일용근로자의 월임금총액은 300인 이상 상용근로자의 18.7% 수준이다.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 상용근로자의 월임금총액도 450만원이었다. 대형 사업장 상용근로자와는 492만원 차이가 났다.

 

이 통계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생산직만 따로 집계한 수치가 아니다. 반도체를 포함해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음향기기, 통신장비 제조업 전반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직무와 근속기간, 숙련도, 근로시간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월임금총액도 실수령액이 아닌 정액급여와 초과급여, 특별급여를 합친 세전 기준이다.

 

통계 범위를 넓게 잡아도 임금표에 찍힌 숫자는 확연히 달랐다. 300인 이상 사업장 상용직과 300인 미만 사업장 임시·일용직 사이에는 월 766만원의 격차가 있었다.

 

◆수출은 늘었지만 임금 격차는?

 

반도체 호황은 수출과 투자,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 임금과 성과급도 늘어난다. 하지만 업종 안을 들여다보면 모든 근로자가 같은 수준의 보상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대기업 실적은 분기보고서와 사업보고서에 빠르게 찍힌다. 성과급도 비교적 곧바로 확인된다. 반면 협력업체의 납품단가, 중소 사업장의 인건비 여력, 임시·일용직 처우는 훨씬 늦게 움직인다.

 

생산과 수출은 빠르게 늘었지만 임금은 사업장마다 차이가 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용직과 임시·일용직 사이의 격차도 여전했다. 반도체 호황을 평가할 때 수출과 실적뿐 아니라 고용과 임금 변화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제조업에서 300인 이상 상용근로자와 300인 미만 임시·일용근로자의 월임금총액 차이는 766만원으로 집계됐다. 게티이미지

막연히 ‘낙수효과’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납품단가 현실화, 협력업체 인건비 여력, 숙련 인력 양성, 중소 사업장 근로조건 개선을 함께 봐야 한다.

 

대기업 실적은 좋아졌지만 현장의 월급까지 같은 속도로 오르는 것은 아니다. 협력업체와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나아져야 반도체 호황이 산업 전체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특별급여가 보통 연봉의 50% 미만이었는데 요새는 억 단위가 되고 연봉의 5∼10배가 되니 앞으로 (소득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금액이 워낙 커지니 경제적 박탈감을 넘어 거부감이 생기고 위화감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거액 초과 이윤이) 모두 본인의 성과로 인한 것이냐는 문제 제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윤은 주주나 직원만의 몫이 아니라 이해관계자 모두의 것인데 거기에는 사회도 포함된다. 이런 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논의할 단계”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