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끊었는데 왜 깨지?”…‘수면장애’ 130만명 시대, 저녁식탁의 함정

수면장애 급여 진료 130만8383명…2020년보다 26.1%↑
초콜릿·말차·콜라 속 ‘숨은 카페인’도 밤잠 흔드는 변수
야식·단 음식·술까지…“잠들기 전 저녁 습관부터 점검”

“커피 안 마셨는데 왜 자꾸 깨지?”

 

늦은 오후 먹은 초콜릿과 말차 음료, 밤늦게 찾은 야식과 술 한 잔까지. 커피를 끊어도 저녁 식탁 위 선택이 수면 리듬을 흔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

밤 11시가 넘어 불을 껐다. 오후에는 커피도 마시지 않았고 휴대전화도 일찍 내려놨다. 금방 잠들 줄 알았는데 눈은 말똥말똥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어느새 새벽 1시를 넘기고 있었다.

 

커피만 줄인다고 밤잠이 바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저녁 식탁이나 잠들기 전 습관에 숨어 있을 수 있다. 저녁 뒤 습관처럼 집어든 초콜릿 한 조각, 말차 라테 한 잔, 늦은 밤 배달 음식, 잠 오라고 마신 술 한 잔이 밤의 리듬을 흐트러뜨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비기질성 수면장애(F51) 또는 수면장애(G47)로 건강보험 급여 진료를 받은 환자는 130만8383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03만7396명보다 27만987명 늘었다. 증가율은 26.1%다. 병원을 찾아 급여 진료를 받은 사람만 놓고 봐도 수면 문제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숫자를 식습관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수면장애에는 불면증, 수면 관련 호흡장애, 과다수면증, 일주기 리듬 장애 등이 얽혀 있다. 스트레스, 우울·불안, 만성질환, 복용 약물, 코골이와 수면무호흡도 영향을 준다.

 

조명과 베개를 바꿨는데도 새벽에 자주 깬다면 저녁 습관을 점검해볼 만하다. 밤에 먹는 음식과 음료가 의외의 원인일 수 있다.

 

◆잠 깨우는 건 커피만이 아니다

 

카페인은 졸음을 부르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한다. 오후 커피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잠드는 시간이 달라지는 사람이 있다. 문제 아닌 문제는 카페인이 커피에만 들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초콜릿, 녹차, 말차 음료, 콜라, 에너지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일부 일반의약품이나 자양강장제까지 더해지면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섭취량이 많아질 수 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은 잠자기 4~6시간 전에는 커피, 콜라, 녹차, 홍차 등 카페인이 든 음식을 피하고, 하루 중 카페인 섭취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카페인이 커피뿐 아니라 녹차, 콜라, 초콜릿 등에 들어 있는 성분이라고 설명한다.

 

말차 라테도 예외로 보기 어렵다. 제품마다 함량은 다르지만, 말차는 녹차 계열 원료를 쓰기 때문에 카페인을 포함할 수 있다. “커피를 안 마셨다”는 말만으로 밤잠을 방해하는 각성 요인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단 음식은 잠을 달래지 못한다

 

밤이 길어지면 단것이 먼저 당긴다. 피곤한 날일수록 초콜릿, 과자, 아이스크림, 탄산음료가 쉽게 손에 잡힌다. 먹는 순간에는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지만,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당류가 많은 식사는 수면의 질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참여해 미국수면의학회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섬유질이 적고 포화지방과 당류가 많은 식사는 더 얕고 덜 회복적인 수면, 더 잦은 각성과 관련이 있었다.

 

밤새 자주 깨거나 아침에 눈을 떠도 개운하지 않다면 저녁 식탁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녁 늦게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릿 같은 단 간식을 자주 먹는 습관은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잠들기 전 반복되는 야식이나 술자리도 수면 상태를 흐트러뜨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야식은 몸을 다시 일하게 만든다

 

늦은 밤 라면, 치킨, 떡볶이, 피자를 먹고 바로 눕는 습관도 잠을 방해할 수 있다. 위가 쉬어야 할 시간에 다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름진 음식은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매운 양념과 짠 국물은 속쓰림이나 갈증을 부를 수 있다. 배는 부른데 잠은 얕고, 새벽에 물을 찾거나 속이 불편해 깨는 일이 생긴다.

 

대한수면학회는 잠자기 전 과도한 식사나 수분 섭취를 제한하라고 안내한다. 간단한 간식은 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과식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밤에 배가 고프다고 무조건 참고 잘 필요는 없다. 공복감이 심하면 오히려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늦은 시간 배달 음식을 넉넉히 먹은 뒤 바로 눕는 습관은 수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몸은 잠들 준비를 해야 하는데 위장은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런 밤이 반복되면 잠이 들어도 깊게 쉬기 어렵다.

 

◆술 한 잔은 수면제가 아니다

 

“한 잔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술은 처음에는 졸음을 부를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알코올이 몸에서 분해되는 동안 잠은 얕아진다. 새벽에 깨고, 목이 마르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다시 잠들기 어려운 일이 이어질 수 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이 있는 사람은 증상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은 술이 일시적으로 졸음을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수면 구조를 깨뜨려 결국 불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깊은 잠은 줄고, 탈수와 이뇨작용으로 잦은 각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잤는데도 잔 것 같지 않은 날이 있다. 전날 밤 술을 마셨다면 이유는 침대가 아닌 술잔에 있을 수 있다. 술로 잠을 청하는 습관은 더 조심해야 한다. 처음엔 빨리 잠드는 것처럼 느껴져도, 새벽의 잠을 빼앗는 방식으로 돌아올 수 있다.

 

◆침대보다 먼저 볼 것은 ‘저녁 루틴’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다. 다음 날 집중력, 감정 조절, 식욕, 업무 효율까지 흔든다.

 

밤에 자주 깨면 낮에는 더 피곤해진다. 피곤하니 단 음식과 카페인을 찾고, 늦은 시간까지 각성이 이어진다. 밤에는 다시 잠이 얕아진다. 한 번 꼬인 리듬은 식탁과 침실을 오가며 반복된다.

 

잠이 얕다면 조명이나 침구만 바꿀 일이 아니다. 늦은 오후 카페인 섭취와 저녁 이후 먹는 음식, 음주 습관도 수면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페인, 단 음식, 야식, 음주 같은 저녁 습관 점검도 숙면 관리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

수면 문제가 몇 주 이상 이어진다면 생활습관만 탓하지 말고 정확한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우울·불안, 만성질환, 복용 약물 등이 수면을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커피를 줄였는데도 잠이 얕거나 새벽에 자주 깬다면 초콜릿, 말차 음료, 야식, 술 등 저녁 이후의 습관을 함께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생활습관을 바꿔도 증상이 계속되면 수면무호흡증이나 불안·우울 문제 등이 있는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