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향에 속았다’ 가향담배 손대면 금연 어려워…흡연 지속 1.4배

질병청, ‘세계 금연의 날’ 맞아 가향담배 카드뉴스 배포
“청소년 및 젊은층 흡연 시작 유도해 주의해야”

특정한 맛과 향을 첨가한 가향담배가 청소년 흡연의 ‘진입 경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처음 담배를 접한 청소년 10명 중 7~8명이 멘톨이나 과일향이 첨가된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했으며, 첫 경험이 가향담배였을 경우 이후 흡연을 지속할 가능성은 최대 11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검색창 갈무리(왼쪽), 시판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모습.

질병관리청은 오는 31일 ‘제39회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청소년과 젊은층의 흡연 시작을 유도할 수 있는 가향담배의 위험성을 알리는 카드뉴스를 배포한다고 26일 밝혔다.

 

세계 금연의 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담배 폐해와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금연을 촉진해 담배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1987년 지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가향담배란 멘톨, 과일, 초콜릿 등 특정한 맛과 향이 나도록 제조한 담배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맛과 향이 들어간 액상 제재를 첨가하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담배 필터에 캡슐을 삽입하거나(캡슐 담배), 담배 포장지에 향을 입히는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향담배는 청소년과 젊은 층의 흡연 문턱을 낮춘다.

 

2024년 실시한 제6차 청소년건강패널조사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의 77.3%(남학생 79.5%, 여학생 73.1%)가 처음 담배 제품을 사용할 때 가향담배로 시작했다.

 

지난 2024년 발표된 제6차 청소년건강패널조사 결과, 청소년의 77.3%(남학생 79.5%·여학생 73.1%)가 처음 담배제품을 사용할 때 가향담배를 사용한 걸로 나타났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로 가향담배를 시작한 청소년은 86.3%였고 그중 여학생이 9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이행 지침도 “가향 성분은 담배·니코틴 제품의 맛과 냄새를 개선해 제품을 더 쉽게 사용하도록 하며, 신규 사용자를 유인하고 기존 사용자의 지속 사용에 기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2022년 발표된 ‘가향담배 사용현황 및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한 경우 비가향담배로 시도한 것보다 현재 흡연할 확률이 1.4배(남자 1.6배·여자 1.3배) 높았고, 가향담배로 흡연을 지속할 확률은 10.9배(남자 11.4배·여자 10.3배) 높았다.

 

질병청은 “가향담배의 맛과 향은 청소년과 젊은층이 쉽게 흡연을 시작하도록 유혹한다”며 “일반담배(궐련)의 쓴맛과 매캐한 냄새, 목의 자극을 가려 가향담배를 덜 해로운 담배로 인식하고 계속 피게 해 결국 니코틴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향담배는 금연 확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질병청이 인용한 연세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향담배로 한두 모금 흡연을 시도한 경우 ‘현재 흡연율’이 비가향 담배의 1.4배(남자 1.6배, 여자 1.3배)였다. 또 가향담배로 계속 흡연할 확률은 10.9배(남자 11.4배, 여자 10.3배)나 됐다.

 

국외 연구에서도 액상형 가향 전자담배 사용자가 2년 후 담배를 끊지 못할 확률은 비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의 1.9배였다.

 

가향 성분은 담배의 위험을 덜 느끼게 하는 도구일 뿐 담배 유해성을 줄이진 않는다.

 

대표적으로 향료나 당류는 전자담배 기기에서 가열돼 에어로졸 형태로 폐에 흡입되는데, 이 경우 호흡기 질환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해외 연구에서도 향이 첨가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가 2년 후 담배를 끊지 못할 가능성이 비가향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보다 1.9배 더 높았다.

 

브라질,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담배 내 가향 첨가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도 가향담배 판매량이 매년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관련 대책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가향담배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4%에서 2023년 46.5%로 확대됐다.

 

질병청은 향후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흡연 관련 정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흡연 기인 사망 및 사회경제적 부담 산출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폐암, 두경부암 등 담배 때문에 6만8536명이 사망했다.

 

의료비 지출이나 생산성 손실 등 흡연에 따라 치러야 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14조9517억원이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