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대형마트 규제는 10여 년 전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업체는 시간제한 없이 새벽배송을 할 수 있는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영업시간 규제를 함께 적용받는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6년 3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비중은 60.6%를 기록했다. 산업부가 온라인 유통업체를 조사 대상에 포함한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비중이 6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같은 달 대형마트 비중은 8.1%, SSM은 2.0%에 그쳤다.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60%를 넘어서면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최근 대형마트의 온라인 새벽배송 허용과 심야 영업 규제 완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논의에 들어갔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대형마트와 SSM은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할 수 없다. 월 2회 의무휴업일도 지정해야 한다.
이 규제는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 주문과 배송에도 적용된다. 쿠팡과 네이버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시간 제한 없이 새벽배송을 할 수 있지만, 점포를 둔 대형마트는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유통 시장의 숫자는 이미 달라졌다. 지난 3월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1%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15.2% 줄었고, SSM 매출도 8.6% 감소했다.
매출 비중 변화는 더 뚜렷하다. 대형마트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비중은 2021년 15.1%에서 올해 3월 8.1%로 떨어졌다.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낮아진 셈이다.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협하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온라인 플랫폼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유통업계가 이번 법 개정 논의를 단순한 새벽배송 허용 문제가 아닌 ‘온·오프라인 규제 불균형’ 문제로 보는 이유다.
대형마트 업계는 신선식품 경쟁에서 규제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본다. 새벽배송은 과일, 채소, 정육, 유제품 같은 신선식품 온라인 구매의 핵심 서비스가 됐다.
하지만 대형마트는 심야시간 배송이 제한돼 쿠팡 로켓프레시, 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는 산지 조달망과 오프라인 점포, 물류 거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법 규제 때문에 이 인프라를 새벽배송에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2012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도입됐다. 당시에는 대형마트 확산이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 매출을 잠식한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나면서 시장 구조는 달라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2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지역을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매출 감소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휴업일 변경 이후 대형마트 매출은 대구에서 4.7%, 서울 서초·동대문에서 2.8%, 부산 일부 지역에서 6.2~7.9% 증가했다. 반면 전통시장 매출 타격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시장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서울의 경우 전통시장 농축수산·전통유통 업태 매출이 12.79%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공산품과 가공식품을 사고, 인근 전통시장에서 신선식품을 함께 사는 흐름이 가능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 개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소상공인 단체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가 골목상권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의무휴업 규제를 자율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들이 법안소위에 상정됐다”며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의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이번 법안 상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공정한 경쟁이 아닌 자본에 의한 무차별 학살에 소상공인을 내모는 격”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 감소와 가격 결정권 위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새벽배송 허용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며 관련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도입된 2012년과 지금은 유통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며 “온라인이 유통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만큼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완화 여부를 떠나 소비자 편익과 골목상권 보호를 어떻게 함께 달성할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