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가라앉았는데” 안전장치 없이 하부 진입…서소문고가 붕괴로 3명 참변

지지대 없이 점검 강행
경찰 50인 전담팀 수사
지난 26일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난 가운데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서울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붕괴 조짐인 ‘2.9㎝ 침하’가 확인됐음에도,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이 하부 점검을 강행하다 상판이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발생해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50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려 강제수사를 예고했다.

 

◆ 붕괴 징후 12시간 방치… 예견된 ‘맨몸 점검’

 

27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26일)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철거 작업 도중이 아닌 안전점검 과정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철거 작업은 고가가 경의선 철길 위를 지나는 일부 구간만 남겨둔 상태였다.

 

한국철도공사와의 협의에 따라 열차 운행을 피한 오전 1시 30분부터 4시까지만 작업이 허용됐다.

 

사고 당일 새벽, 다리 상판 콘크리트(슬라브)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2.9㎝ 규모의 침하 현상이 확인됐다. 이에 서울시는 즉각 공사를 중단시켰다.

 

문제는 공사 중단 약 12시간 뒤인 오후 2시쯤 발생했다.

 

서울시 관계자와 안전진단 전문가, 현장소장, 감리단장 등 9명이 현장 안전 점검을 위해 상판 아래로 들어간 것이다.

 

이들은 슬라브를 떠받치는 거더(대들보 역할의 철제 구조물) 사이로 진입해 구조 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만 점검 시작 30여 분 만인 오후 2시 32분쯤 고가 상판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침하 현상이 발견된 뒤 12시간이 지났음에도, 하부 구조물에 임시 지지대를 설치하거나 낙하 방지용 안전대를 마련하는 등 별도의 안전조치는 전혀 없었다.

 

중대재해 현장에서 기본적 안전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 직후 소방 당국은 오후 2시 49분쯤 대응 1단계를 발령해 구조에 나섰다.

 

그러나 감리단장과 현장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3명은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해당 철거 공사의 시공은 ㈜흥화가, 감리는 ㈜수성엔지니어링이 맡았다.

 

◆ 경찰 50인 전담팀 투입… 강제수사 전환 초읽기

 

서울경찰청은 사고 직후 총경급인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5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즉각 꾸렸다.

 

팀에는 중대재해수사계, 과학수사팀, 관할 경찰서 강력·형사팀이 총동원됐다.

 

경찰은 26일 자정부터 27일 오전 4시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합동 정밀감식을 완료했다.

 

핵심 수사 쟁점은 △철거 절차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 △붕괴 징후 인지 후 공기 단축을 위한 강행 여부 △현장 책임자들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여부다.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면 즉각 관련자를 입건해 강제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 드러나면 즉각 관련자를 입건해 강제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 안전 확보 의무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도마 위

 

이번 참사로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안전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경찰은 현장 근로자 수(50인 이상 사업장 요건) 등을 종합 검토 중이다.

 

법조계는 현장에 최소한의 방호 장치도 없었다는 사실이 ‘경영책임자의 안전 확보 의무’ 위반을 입증할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전국 30년 이상 노후 교량 9,859곳…도심 ‘시한폭탄’

 

사고가 난 서소문고가도로는 1966년 준공돼 60년이 된 노후 시설물이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가 결정되기 전까지 하루 평균 3만 9000여 대의 차량이 오갔다.

 

이번 참사로 노후 도시 인프라 전반의 안전 관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의 가장 최근 통계인 ‘2025년 도로 교량 및 터널 현황조서’에 따르면, 전국에 준공 30년 이상 된 노후 교량은 9859곳에 달한다.

 

전체 도로 교량의 약 25%에 육박하는 수치다.

 

경찰은 국과수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종합하는 대로 공식 수사 브리핑을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