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사고 유족 “철거 공사만 마치고 정년퇴직한다고 했는데…오늘이 고인 생일”

시공사 현장관리소장 빈소 현장

“오늘이 고인 생일이에요. 이번에 여기서 (공사를) 끝내고 정년(퇴직)하려고 했는데….”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숨진 시공사 흥화건설 소속 현장관리소장 이모씨 유족이 27일 서울 중구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씨 빈소 앞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생일을 하루 앞둔 전날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현장에서 생사를 달리했다.

 

서울시와 경찰 등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이씨 매형 박준행(62)씨는 고인에 대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삼형제 중에서도 가장 역할을 하고 살았다. 쉬지도 못하고 어려운 현장만 계속 돌아다니다가 (사고가 나서)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씨는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한 후 흥화건설에 입사해 지금까지 일했다”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현장 소장을 하면서 어디가서 술 한 잔 마시고 그런 것도 없이 바보처럼 살았다”고 했다.

 

일주일 전 이씨와 통화를 했다는 박씨는 “(이씨가) ‘큰 공사를 맡다 보니 힘들다. 높은 사람들한테 전화가 오거나 길 통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라”며 “현장 정리 좀 해놓고 한 번 보자고 했었다”고 전했다.

 

서울시와 경찰 등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고향이 전남 완도인 이씨는 전라도에서 여러 현장을 옮겨 다니며 근무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 평택 삼성전자 공장에서 현장소장으로 일하다가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을 맡았다. 20대인 두 자녀의 아버지인 이씨는 서울 현장에서 일하며 전남 나주에 사는 가족들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에 한 번씩 나주에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씨 사촌형인 A(72)씨는 “(이씨는) 다른 말 필요 없고 성실맨이다. 내 혈육이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성실했다”며 “건설 현장에서 일한지 20∼30년 정도 된 걸로 아는데 책임감이 있어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거지”라고 말했다.

 

그는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동생이 있어 집안에 척박한 시절이 있었는데도 여기까지 왔다”며 “아무나 소장 안시킨다. 서로 하려는 자리인데 쭉 소장을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