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판매하려는 차주에게 중고차 업자인 척하고, 중고차 업자에게는 차주인 척한 사기꾼에 속아 차주가 자동차와 차량대금을 모두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차주가 중고차 업자에게 차를 넘긴 뒤 받은 돈을 사기꾼 말에 속아 다시 건넸다가 가로채인 것이다. 대법원은 “차주에게 부당이득 반환의무가 인정된다”며 차를 받으려면 중고차 업자에게 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최근 차주 김모씨가 중고차 매매업체 A사 운영자를 상대로 낸 자동차 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씨는 2023년 11월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 자신의 자동차를 4700만원에 팔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자신을 중고차 매매업체 A사 운영자라고 소개한 사기꾼 B로부터 판매를 제안받아 3850만원에 차를 팔기로 했다.
B는 A사에도 연락해 자신이 판매자인 척 김씨의 차량을 팔겠다고 제안했다. A사는 김씨가 애초 제안한 가격보다 낮은 3850만원에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당시 B는 김씨에게 필요한 서류와 차량을 중고차 매매 상사에 가지고 오라고 하며 “원하는 가격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꼬드겨 차주가 아니라 탁송기사인 척 행세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씨는 이에 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A사는 김씨로부터 차량을 넘겨받고 B가 알려준 김씨 계좌로 3850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B는 김씨에게 “세금 때문에 그러니 대금을 보내주면 다시 4700만원을 돌려 주겠다”며 송금을 요구했다.
김씨는 B의 말을 믿고 돈을 부쳤지만 돌려받지 못했고, A사를 찾아가 차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 당하자 2023년 12월 소송을 냈다.
김씨는 B에게 속았다며 A사와 중고차를 거래하겠다는 ‘매매계약에 대한 의사 합치‘가 없었으므로 차량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반면 A사 측은 매매대금 3850만원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항변했다.
쟁점은 매매대금이 민법상 김씨가 B의 불법행위를 교사 또는 방조해 취한 부당이득인지 여부였다. 부당이득으로 인정될 경우 돈을 반환해야 한다.
1심은 자동차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김씨가 돈을 돌려주고 A사는 차량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김씨에게 매매대금 반환 의무가 없다고 봤다. 김씨가 매매대금을 잃은 만큼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아 반환할 의무도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씨가 돈을 받아 B에게 송금한 점을 봤을 때 매매대금이 김씨에게 일시적으로 귀속돼 직접 처분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비록 성명불상자 B의 사기 범행이 개재됐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자동차의 소유자로서 한 자동차 인도 행위와 피고가 한 금전 지급 행위는 그 매매에 따르는 분리 불가능한 일련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매매대금이 실질적으로 귀속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성명불상자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김씨가 비정상적인 거래행위의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음에도 이를 무릅쓰고 B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매매대금을 반환했다면 이는 매매대금이 김씨에게 귀속된 이후의 사정이자 별도의 처분행위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A사는 자동차 매매의 거래에 따른 매수인으로서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확인 등 조치를 취한 반면, 김씨는 더 많은 매매대금을 받을 생각으로 B의 요청에 따라 탁송기사인 것처럼 허위의 외관을 조성해 A사로 하여금 이를 신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득의 실질적 귀속을 전제로 하는 부당이득제도는 공평·정의의 이념에 근거하는 것”이라며 “김씨와 A사의 각 행태에 비춰 김씨에게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공평·정의의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