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량·저수율 지역마다 편차 가뭄은 숫자로만 판단 어려워 기후변화로 앞으로 더 불균등 총량 말고 물 부족한 곳 살펴야
가뭄이라고 하면 우리는 나라 전체가 함께 마르는 장면을 떠올린다. 비가 오지 않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논밭이 갈라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 가뭄은 그렇게 오지 않는다. 어떤 지역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어떤 지역은 이미 물 부족을 걱정한다. 같은 계절, 같은 나라 안에서도 한쪽은 정상이고 다른 한쪽은 마를 수 있다.
그래서 가뭄을 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말이 있다. “전국 평균으로는 괜찮다”는 말이다. 전국 저수율이나 평균 강수량만 보면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평균은 늘 차이를 감춘다. 전국 평균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다고 해서 모든 지역의 물 사정이 같은 것은 아니다. 가뭄은 평균값 위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특정 지역의 논밭, 특정 마을의 취수원, 특정 저수지에서 먼저 나타난다.
김상엽 건국대학교 교수·소방방재융합학
지역별 차이가 생기는 첫 번째 이유는 비가 고르게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날 비구름이 지나가도 어떤 지역에는 충분한 비가 내리고, 어떤 지역에는 아주 적은 비만 내린다. 해안과 내륙, 남부와 중부, 산간 지역과 평야 지역은 같은 계절에도 서로 다른 강수 패턴을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지형이 복잡한 곳에서 가뭄은 전국 지도 위에 균일하게 칠해지는 재난이 아니라, 지역별로 얼룩처럼 나타나는 재난에 가깝다.
두 번째 이유는 지역마다 물을 붙잡아 두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산지는 물이 빠르게 흘러내리고, 토양이 얕은 곳은 땅속에 물을 오래 저장하기 어렵다. 농지는 작물 생육 시기와 물 수요가 직접 연결되어 짧은 강수 부족에도 민감하다. 도시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많아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기보다 배수로를 따라 빠르게 빠져나간다. 반대로 저수지, 지하수, 관개시설이 잘 갖추어진 지역은 같은 조건에서도 더 오래 버틸 수 있다.
시기적으로는 5월 전후의 가뭄이 이런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5월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다. 본격적인 여름철 강수가 오기 전까지는 겨울과 봄 동안 확보된 물에 의존해야 한다. 겨울과 초봄에 비가 충분히 오지 않은 지역은 5월이 되면서 빠르게 건조해진다.
여기에 계절적 수요가 겹친다. 5월은 물을 꽤 쓰는 시기이다. 기온이 오르고 식물이 본격적으로 자라며, 농업 현장에서는 모내기와 밭작물 생육이 시작된다. 겨울에는 비가 적게 와도 기온이 낮아 물 손실이 적지만, 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비는 아직 장마처럼 충분하지 않은데, 물이 필요하는 곳은 빠르게 많아진다. 공급은 불안정하고 수요는 커지는 계절, 그 사이에 봄철 가뭄이 있다.
사람들은 비가 오면 가뭄이 끝났다고 느낀다. 그러나 농작물과 저수지, 지하수는 그렇게 단순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며칠 동안 한꺼번에 쏟아진 비는 빠르게 흘러가 버릴 수 있고, 이후 긴 시간 비가 오지 않으면 현장에서는 다시 물 부족이 시작된다. 반대로 강수량이 많지 않아도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간격으로 비가 내리면 피해는 줄어든다. 가뭄에서 중요한 것은 비가 왔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비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 도달했는가이다.
그래서 가뭄은 하나의 숫자로 판단하기 어렵다. 기상학적으로는 비가 부족하다고 나오지만, 저수지에는 아직 물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생활용수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밭작물은 이미 물 부족을 겪을 수 있다. 최근 비가 조금 왔다고 해도 지하수나 저수지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을 수 있다. “가뭄인가, 아닌가”보다 중요한 질문은 어느 지역의 가뭄인지, 어떤 물의 가뭄인지, 누구에게 먼저 나타나는 가뭄인지이다.
앞으로의 가뭄은 더 불균등한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는 모든 지역을 똑같이 마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위치와 시기, 강도를 흔들어 지역 간 차이를 키울 수 있다. 물이 너무 많은 재난과 물이 너무 부족한 재난이 같은 계절, 같은 나라 안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가뭄을 읽는다는 것은 비의 총량을 보는 일이 아니라 물이 닿지 못한 곳을 먼저 살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