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사진) 주한미군사령관이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비수(단검)’처럼 보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 한국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작전 거점이라는 의미에서 ‘고정 항공모함’으로 표현했는데, 이번에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자국 가까이 놓인 미국의 군사적 압박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해석한 셈이다.
브런슨 사령관은 26일(현지시간) 미 육군 전쟁대학 전략연구소가 공개한 팟캐스트에서 “그들(중국)이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건 아시아의 중심에 있는 비수인 한국”이라며 “일본은 중국이 남중국해 너머로 영향력을 넓히려 할 때 마주하는 후방 저지선 같은 일종의 방패”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 가까이에 놓인 압박 지점, 일본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는 장애물로 설명한 셈이다.
◆북한 억제 넘어 인도태평양 전략 자산
브런슨 사령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한·미 동맹을 북한 억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안보와 연결해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 5일 미 육군전쟁대학 전략지상군 심포지엄에서도 한반도의 군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힘을 고정하는 “영구적 지상 기반 투사 플랫폼”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한국·일본·필리핀의 미국 동맹 전략 구조 속에서 설명했다. 또 지난 4월 의회 제출 증언에서도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령부를 변화한 전략환경에 맞춰 현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식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회조사국(CRS)은 지난 3월 보고서에서 한·미 동맹 관련 쟁점으로 전략적 유연성과 한반도 밖 동맹 조율,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한국군 역할을 별도 항목으로 제시했다. 주한미군 역할 확장 문제가 이미 미국 의회 차원의 정책 쟁점으로 다뤄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이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소지도 있다. 한·미 동맹 내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미·중 전략경쟁에서 한국이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망 일부에 선명하게 나섰다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지난 2월 출간한 보고서 ‘대만해협의 위기 가능성과 한국의 관점’에서 대만해협 위기 시 주한미군이 역내 개입하거나 한국군 역할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커질 경우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보복성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한국을 중국 공격 수단으로 규정했다기보다, 중국의 전략적 시각에서 한반도와 주한미군의 위치가 어떻게 보일지를 설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