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군사적 충돌을 이어가면서도 종전 합의를 위한 협상의 끈은 완전히 놓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내각회의를 열고 대이란 대응과 협상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은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협상 의지를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회의 일정을 언급하면서 “당초 회의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 계획이었지만, 악천후가 예상되면서 장소를 백악관으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캠프데이비드는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100㎞ 떨어진 메릴랜드주 산악지대에 있는 대통령 별장이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이란 공습 직전에도 이곳에서 내각회의를 소집하는 등 1기 행정부 때부터 캠프데이비드를 고위급 국가안보 회의 장소로 활용해 왔다며, 이번 회의의 중요성에 주목했다.
이번 내각회의는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협상이 군사적 긴장 고조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열렸다. 종전 합의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위협에 대한 자위권 차원”이라며 전날 이란 남부를 공격했다.
즉각 대응에 나선 이란은 “지난 48시간 동안(이란 남부) 호르무즈 지역에서 미국이 휴전 합의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또다시 신의를 저버리고 약속을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다만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의 협상을 중재한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군주에게 감사를 표하며 “전쟁과 현재의 지역적 긴장을 종식하기 위한 ‘품위 있는 틀’을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상대방(미국)이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촉구했다. 이란 측의 협상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읽힌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MOU 초안에 호르무즈해협 통항 재개 내용이 담겨 있으며, 핵 처리에 대해 60일 이내에 최종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안 같은 구속력 있는 형태로 승인하는 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내부적으로도 실질적인 종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미국의 공습 이후 협상 분위기에 악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자국군 사망 소식을 의도적으로 늦게 공개했다. 또 전쟁이 시작된 2월 말부터 차단됐던 해외 인터넷망도 87일 만에 부분적으로 복구하기 시작했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수석부통령은 “인터넷 공간에 대한 자유롭고 규율 있는 접근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미군 공습 직후에도 협상 타결에 무게를 두며 “카타르에서 일부 대화가 진행 중인 만큼 진전이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에도 수도 베이루트에 대한 공격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로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면서, 이날 레바논 남부에서는 31명이 사망하고 40명이 다쳤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서 최대 난제로 꼽히는 핵 문제를 두고는 양측 입장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농축우라늄을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폐기하는 방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이날 “국제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상황 해결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면서 카자흐스탄이 이란 농축우라늄 반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