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은 이미 썼는데 2년 뒤엔 서울 아파트에 남아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서울 신림동에서 임대사업자 아파트에 전세살이하는 30대 A씨는 최근 전세 보증금을 1000만원 올려주며 재계약을 했다.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서울 대부분 지역의 전월세 가격이 치솟고 있어 상향 이동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오히려 2년 뒤 더욱더 외곽으로 밀려날 수 있어 이참에 외곽 아파트를 매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A씨 사례는 최근 서울 전월세 시장 불안이 낳은 대표적인 유형으로 꼽힌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와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터전에서 밀려나거나 고액 월세 시장으로 이동하는 서민 주거 불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까지 이어지는 서울 신축 아파트 입주 절벽은 향후 전월세 시장의 추가 폭등을 예고하는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심 내 공급 확대와 비아파트 시장 회복, 임대차 시장의 유연한 거래 환경 복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주택=투기’를 전제로 한 규제 정책으로는 공급 절벽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재건축 외에는 추가 용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 대신 외곽에 공급이 집중된 점도 서울 전월세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매매 수요가 외곽으로 퍼지며 일부 지역에선 풍선효과도 일어나고 있다. 직방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사실상 ‘0가구’ 수준이다. 수도권 입주 물량 대부분은 의왕·오산·광주·이천 등 경기 지역에 집중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수요가 높은데 공급은 외곽에 치우치면서 ‘떠밀린 세입자’들이 외곽 매수에 나서며 서울 외곽과 경기권까지 가격 부담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현 정부 정책은 ‘수요 억제’ 규제에 맞춰져 있는데 거래 활성화와 공급 확대를 위한 일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법무학과 교수는 “공공이 모든 임대 공급을 책임지기 어려운 만큼 민간 임대와 공공임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일정 규모 이하 비아파트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 임대 물량 공급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수요 억제만으로는 공급 부족과 전월세 불안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공급 계획 발표를 넘어 실제 착공·준공·입주 실적 중심의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결국 중요한 것은 부담 가능한 주택을 실제 공급하는 것”이라며 “매입임대 확대나 비아파트 공급 정책도 필요하지만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 성과가 실제로 나와야 불안이 완화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