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정용진 대국민 사과에도 불매운동 전국화

146개 단체 기프티콘 환불·앱 탈퇴 예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19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물의를 일으킨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 데이’ 마케팅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스타벅스 매장의 모습. 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를 향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전면적인 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를 포함한 전국 146개 시민단체는 27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프티콘 환불, 앱 집단 탈퇴 등 구체적인 소비자 행동에 나설 것을 공식 선언했다.

 

◆ 논란의 시작 ‘탱크 데이’와 ‘책상에 탁’

 

이번 사태의 발단은 스타벅스코리아가 진행한 텀블러 홍보 이벤트다. 이 프로모션에 ‘탱크 데이’, ‘책상에 탁’ 등의 문구가 사용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온라인에서는 ‘탱크 데이’가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투입을 연상시키고 ‘책상에 탁’은 1987년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발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두 문구 모두 민주화운동의 핵심 희생을 상징하는 역사적 표현으로 행사가 진행된 18일이 5·18 민주화운동 43주기 기념일과 겹치면서 공분은 더욱 커졌다.

 

◆ 146개 단체 기자회견…“민주주의를 마케팅 도구로”

 

전국민중행동 등 146개 단체는 이날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불매운동 전국화’를 공식 선언했다. 전국민중행동은 노동△농민△시민사회 단체 700여 개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대 조직으로 이 단체가 불매운동 전국화를 주도하는 것은 운동의 사회적 파급력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박종철기념사업회 김학규 이사는 “정 회장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 우발적 실수였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스타벅스는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소비 거리로 불러냈다”며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죽음을 기업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5·18 민주화운동 부상자회 이남 서울지부장은 “오늘 이 시간부터 전국의 시민사회와 연대해 스타벅스 전면 불매운동에 돌입하고 기프티콘 환불△앱 집단 탈퇴 등 소비자의 권리를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 후 텀블러가 그려진 피켓에서 스타벅스 스티커를 떼어내고 정 회장 사진에 ‘OUT’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 정용진 대국민 사과 전문… 신세계 “고의 없었다” 해명

 

정 회장은 전날(26일) 대국민 사과에서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을 일일이 언급하며 사과한 뒤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 여러분 마음에 상처를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 회장 퇴장 후 진행된 신세계그룹 진상 조사 발표에서는 “해당 직원·임원진이 고의성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해명이 나왔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해당 임직원 3명이 사생활을 이유로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해 회사 차원의 조사에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룹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는 커머스팀 5명이 기획했으며 △팀장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결재 과정에서 ‘탱크 데이’·‘책상에 탁’ 등 문구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으며 첨부파일을 열지 않고 결재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기업 브랜드 마케팅 승인 절차에서 역사적·사회적 민감성 검토 단계가 사실상 부재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부사장은 “실무자의 과실 여부를 넘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며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관리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이 입증되면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모든 민사△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 형사 고발△경찰 수사… 5·18 특별법 위반 혐의도 포함

 

정 회장과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시민단체와 5·18 민주화운동 관련 인사들로부터 모욕·명예훼손·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20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두 사람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강남경찰서로 배당했다.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는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주화운동 희생을 폄훼,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으로 기업의 상업적 맥락에서의 적용 사례는 드물어 성립 여부는 수사와 재판이 판단할 몫이다. 모욕·명예훼손의 형사 성립 여부 역시 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