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 현장에서 숨진 시공사 흥화건설 소속 현장관리소장 이모씨 유족은 2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60대 이씨는 생일을 하루 앞둔 전날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현장에서 참변을 피하지 못했다.
이씨 매형 박준행(62)씨는 고인에 대해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삼형제 중에서도 가장 역할을 하고 살았다. 쉬지도 못하고 어려운 현장만 계속 돌아다니다가 (사고가 나서)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고인이 일주일 전 통화에서 ‘큰 공사를 맡다 보니 힘들다. 높은 사람들한테 전화가 오거나 길 통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라”며 “현장 정리 좀 해놓고 한 번 보자고 했었다”고 전했다.
흥화건설은 고인이 대학을 졸업한 후 입사한 첫 직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 완도가 고향인 이씨는 전국 각지 현장을 옮겨 다니며 일했다. 최근 경기 평택 삼성전자 공장에 이어 서소문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전남 나주에 사는 가족들과 떨어진 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다. 박씨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현장 소장을 하면서 어디 가서 술 한 잔 마시고 그런 것도 없이 바보처럼 살았다”며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씨 사촌형 A(72)씨도 “(고인은) 다른 말 필요 없고 성실맨이다. 내 혈육이어서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성실했다”며 “건설 현장에서 일한 지 20∼30년 정도 된 걸로 아는데 책임감이 있어서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 차이가 나는 어린 동생이 있어 집안에 척박한 시절이 있었는데도 여기까지 왔다”며 “아무나 소장 안 시킨다. 서로 하려는 자리인데 쭉 소장을 했다”고 전했다.
이씨 빈소 앞에는 건설사가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섰다.
직장 동료였던 흥화건설 직원들이 찾아와 고인을 추모했다. 장례식은 유가족 요청에 따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졌지만, 빈소 밖으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유족 중 한 명은 눈물을 흘리다 부축받으며 빈소 밖을 나오기도 했다.
유족 측은 “경찰이 이씨 아내에게 ‘참고인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했다”며 “(슬픔에) 실신할 지경인데 지금 그럴 경황이 어디 있느냐”며 거절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선 외부 전문가로 안전진단을 위해 현장에 갔다가 변을 당한 고(故) 이채규 박사의 빈소가 마련됐다. 장례식장은 오전부터 울음 소리로 가득 찼다. 아들들과 아내 등 유족들은 큰 슬픔과 충격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휘청였다. 고인은 국내 건설 구조물 안전 진단 분야의 개척자이자 권위자로, 노후 구조물 안전 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린 인물로 알려졌다.
고인의 지인 B씨는 “어떻게 여태껏 시에서 방치했는지, 시공사가 균열이 있는 걸 알았으면서도 왜 들어갔는지, 왜 사고가 났는지 밝혀져야 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유가족들은 힘도 없고 조사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며 “상세히 조사해서 유가족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들도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