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고정 항공모함’ 표현 이어 中 가까이 놓인 ‘압박 지점’ 해석 주한미군 전략적 역할·입지 강조
주한미군 내년 2.8만명 유지 전망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중국의 입장에서 한국은 ‘비수(단검)’처럼 보일 수 있다”고 표현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26일(현지시간) 미 육군 전쟁대학 전략연구소가 공개한 팟캐스트에서 “그들(중국)이 중국 동부 해안에서 바라볼 때 눈에 들어오는 건 아시아의 중심에 있는 비수인 한국”이라며 “일본은 중국이 남중국해 너머로 영향력을 넓히려 할 때 마주하는 후방 저지선 같은 일종의 방패”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 가까이에 놓인 압박 지점, 일본은 중국의 해양 진출을 막는 장애물로 설명한 셈이다. 또 남동쪽에는 필리핀이 있다며 한국·일본·필리핀이 삼각형처럼 함께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제이비어 브런슨 한미연합군사령부 사령관. 뉴시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해에도 한국의 위치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작전 거점으로 비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하와이 랜드포스 퍼시픽 심포지엄에서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 물 위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했다. ‘고정 항공모함’과 ‘비수’는 모두 주한미군의 전략적 의미를 부각하는 표현이지만, 한반도를 바라보는 주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고정 항공모함’은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작전상 어떤 이익을 주는지를 설명한다. 반면 ‘비수’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과 주한미군이 자국 가까이 놓인 압박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단어다. 현직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을 ‘비수’라는 직설적 표현으로 설명한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브런슨 사령관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한·미 동맹을 북한 억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인도태평양 안보와 연결해온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 5일 미 육군전쟁대학 전략지상군 심포지엄에서도 한반도의 군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브런슨 사령관은 한·미 동맹을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힘을 고정하는 “영구적 지상 기반 투사 플랫폼”으로 규정하면서, 한국의 역할을 한국·일본·필리핀의 미국 동맹 전략 구조 속에서 설명했다.
이러한 인식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지난 2월 출간한 보고서 ‘대만해협의 위기 가능성과 한국의 관점’에서 대만해협 위기 시 주한미군이 역내 개입하거나 한국군 역할에 대한 미국의 기대가 커질 경우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보복성 압박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주한미군 규모는 내년에도 2만8500명이 유지될 전망이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이 27일(현지시간) 공개한 2027회계연도(2026년 10월1일~2027년 9월30일) 국방수권법(NDAA) 초안에 유럽과 한국 주둔 미군을 현 수준보다 감축하는 것을 통제하는 현행 조항이 그대로 들어갔다. 현행 법령인 2026회계연도 NDAA에도 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 NDAA는 미국 국방 정책 및 예산 운용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는 포괄적 입법으로, 행정부의 해외 주둔 미군 감축을 의회가 통제하는 조항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삭제됐다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지난해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