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데이비드 팩먼 /김내훈 옮김/ 창비/2만원
사실조차 분별하기 어려운 시대다. 누군가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믿음을 바꾸지 않고, 누군가는 검증된 뉴스보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밀어 올린 영상을 더 신뢰한다. 정치적 의견 차이는 토론으로 조정되지 않고, 서로 다른 현실을 사는 사람들 사이의 적대감으로 굳어진다. 문제는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다. 사실과 허위의 경계가 흐려질수록 사회적 토론의 출발점 자체가 흔들린다는 데 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은 이 같은 탈(脫)진실 시대의 작동 방식을 분석한 책이다. 35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데이비드 팩먼 쇼’를 진행해온 저자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을 단순한 ‘에코 체임버’가 아니라 ‘에코 머신’이라고 부른다.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믿음을 강화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와 언론, 플랫폼과 제도가 확증편향을 반복적으로 생산하고 증폭하는 구조가 됐다는 의미다.
책은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허위 정보와 극단주의가 어떻게 힘을 얻는지 살핀다. 복잡한 정책 논의는 단순한 선동 문구로 대체되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토론보다 조롱과 분노가 더 큰 주목을 받는다. 그 결과 시민은 정책을 판단하는 주체라기보다, 자신이 속한 진영의 감정을 소비하는 존재로 밀려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