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랜드’ 박보영 “욕망대로 사는 희주… 나라면 절대 못할 경험”

디즈니+ ‘골드랜드’ 열연한 박보영

1500억원 금괴 떠안은 주인공 맡아
데뷔 20년 만의 첫 본격 장르물 도전
집념 드러내려 체중 3㎏감량 등 혼신

1500억원 상당의 금괴를 얼결에 손에 넣는다면 과연 주인에게 돌려줄 수 있을까. 최근 종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는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범죄 스릴러다.

 

불우한 유년기를 지나 평범한 삶만을 꿈꾸던 세관원 희주(박보영). 그는 연인 도경(이현욱)의 수상한 부탁으로 1500억원 상당의 금괴를 떠안게 되고, 그 순간부터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다. 작품 속 금괴는 단순한 재화가 아니라 내면 깊숙이 숨은 욕망을 시험하는 장치다. 박보영(사진)은 극이 진행될수록 욕망에 잠식되는 희주를 서서히 짙어지는 눈빛으로 그려냈다.

 

‘뽀블리(박보영+러블리)’라는 애칭으로 사랑받아온 그에게 ‘골드랜드’는 데뷔 20년 만의 첫 본격 장르물이다. 동시에 가장 어두운 얼굴을 꺼내 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본능과 욕심대로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가 끌고 가는 범죄 스릴러를 또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김성훈 감독님이 ‘금괴가 손에 들어와도 다시 돌려줄 것 같은 이미지의 박보영이 욕망을 드러낼 때 시청자들이 더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신 게 이 작품을 선택한 계기가 되기도 했죠.”

 

박보영은 이번 작품을 위해 다양한 장르물을 섭렵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평소의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선택들을 희주를 통해 경험했다”며 “배우라는 직업의 큰 매력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잠시 살아보는 데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극 초반 “금괴를 주인에게 돌려주자”고 말하던 희주는 후반부로 갈수록 욕망에 사로잡힌다. “금괴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고, 금괴를 잃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집념까지 드러낸다.

 

희주를 표현하기 위해 박보영은 극 내내 색조 화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카메라 앞에 섰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희주의 피폐함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도 약 3㎏ 감량했다. 그는 “욕망이 커질수록 희주의 눈빛이 돌아버린 것처럼 보이길 바랐다”며 “피칠하고 땀 범벅이 되는 경험도 흔치 않으니까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몇 년간 박보영의 필모그래피는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미지의 서울’, 그리고 ‘골드랜드’까지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로 채워졌다. 그는 “어릴 때는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익숙했고 잘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며 관심이 가는 이야기의 결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재미와 오락 중심의 작품 위주로 선택한 시기가 있었는데,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작품 역시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작품들을 하며 배우로서 또 다른 뿌듯함을 느끼게 됐고요.”

 

다채로운 유형의 작품을 거치며 다양한 시청자 반응을 접하는 데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도 했다. “밝은 작품을 할 때는 ‘힘든 현실에서 잠시 웃을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면, ‘정신병동…’이나 ‘미지의 서울’ 때는 ‘캐릭터에 감정이입하며 다시 앞으로 나갈 힘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결은 다르지만 둘 다 정말 소중한 피드백이에요.”

 

올해로 데뷔 20주년. 긴 시간 쉼 없이 달려왔지만, 그는 여전히 다음 20년을 고민한다. 그는 “일상에서는 큰 고민이 없는데, 배우로 다음 스텝을 어떻게 가야 할까, 앞으로의 20년을 잘 채워갈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에는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었다. “‘골드랜드’로 어둠의 끝을 봤으니, 차기작은 밝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