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진 K자 양극단… 소득분배 6년來 최악 [뉴스 투데이]

1분기 가계동향 조사

반도체 초호황에도 실질소득 0.4%↑
고소득층 뺀 모든 분위 흑자 감소

월평균 548만원 벌어 310만원 써
소득 2.4% 늘 때 소비 5.3% 증가
반도체 나홀로 성장, 내수는 빈약
고물가에 적자가구 7년來 최고치
하위 20% 소득 1.9%↑ 소비 7.3%↑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7%의 ‘깜짝 성장’을 이뤄냈지만, 가계의 실질소득은 0.4% 늘어나는 데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 명절 상여금과 성과급 지급 등의 영향으로 상위 20%의 소득 증가세가 두드러졌지만,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늘어 분배 지표는 6년 만에 가장 악화했다. 반도체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그 온기가 내수에 깊숙이 전달되지 못하는 ‘K자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시민들로 붐비는 전통시장. 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의 영향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4%에 그치며 지난해 2분기(0.0%)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소득은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300인 이상의 기업과 300인 미만 기업의 격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데이터처의 분석이다. 사업소득은 2.6% 증가했고, 연금 등의 이전소득은 9.7% 늘었다. 총소득은 2023년 3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소비지출은 310만5000원으로 5.3% 늘었다. 여기에 이자비용(6.6%)과 사회보험(2.8%) 등 비소비지출이 함께 증가하면서 흑자액은 123만9000원으로 3.1% 감소했다. 2024년 1분기(-2.6%) 이후 2년 만의 감소세다.

 

소비 확대는 자동차와 가구와 같은 내구재 구매의 증가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항목별로는 교통·운송 지출이 12.1%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자동차 구입 지출이 29.6%로 크게 늘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교통·운송에서 지출이 늘어난 것은 자동차 구입의 기여도가 크다”며 “연료비 역시 5.3% 증가하며 지출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번 통계에는 지난 1∼3월의 소비지출이 반영됐지만, 2월 말 터진 중동사태의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 데이터처는 부연했다.

 

이밖에 오락·문화(12.0%), 보건(10.4%) 등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보건 부문에서는 고령화의 영향으로 외래의료서비스(12.6%)와 입원서비스(18.9%) 증가폭이 두드러졌다. 반면 학령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교육(-2.9%) 지출은 줄었고, 주류·담배(-2.8%) 지출도 감소했다.

 

지표상으론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분배 지표는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대기업의 성과급과 상여금 지급이 소득분위별 격차를 벌린 영향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300인 이상 사업체들은 소득이 많이 늘어난 반면 300인 미만 사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증가 폭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 영향으로 5분위 근로소득은 늘었지만 하위 분위에서는 더디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현 국가데이터처 가계수지동향과장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1/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나타났다. 5분위 배율은 수치가 높을수록 분배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동기(6.32배)와 비교했을 때 양극화가 0.27배포인트 심화한 것이다. 가계동향조사가 개편된 2019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1분기 중에선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1분기(6.89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 여력에서도 격차가 벌어졌다.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93만8000원으로 1.9%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소비지출은 145만7000원으로 7.3% 늘었다.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에 얼마나 쓰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155.3%로 전년 동기 대비 7.7%포인트 상승했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적자 구조가 심화된 것이다.

 

반면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964만5000원으로 5.1% 증가했고 평균소비성향은 57.7%에 그쳤다. 소득 대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조인 것이다.

 

흑자액을 소득분위별로 살펴보면 고소득층인 5분위는 흑자액이 408만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2.6% 증가했지만, 나머지 1∼4분위에선 흑자액이 감소했다. 저소득층인 1분위의 경우 흑자액이 -51만9000원으로 18.5% 줄었다. 2분위는 흑자액이 25만1000원(-27.0%), 3분위는 81만9000원(-6.1%), 4분위는 156만4000원(-4.5%)으로 각각 집계됐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5분위의 소득이 높다 보니 흑자액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체 가구에서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가구를 뜻하는 ‘적자 가구’의 비율은 27.4%를 기록했다. 4가구 중 1가구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통계가 개편된 2019년 1분기(3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관계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분배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소비가 늘어난 것은 최근 주식시장의 활황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소득지표에 반영되지 않은 자산 가치 상승이 소비 여력을 키웠다는 해석이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에 대해 데이터처 관계자는 “내구재에 해당하는 자동차 구매가 늘어난 것은 가계가 지출에서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부분”이라며 “가계가 경제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해석을 하고, 지출을 늘린 결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