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 발발한 중동 전쟁이 시차를 두고 실물 지표를 흔들고 있다. 4월 국내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가 발생하면서다. 세 가지 지표가 모두 하락세를 보인 건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정부는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조정으로 5월에는 개선 흐름이라고 밝혔지만, 물가가 오르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상승도 예고돼 있어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117.8(2020년=100)으로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은 지난 2월 2.1%, 3월 0.4% 증가하다가 석 달 만에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7% 줄었다.
석유정제 생산이 19.4% 감소했다. 1988년 5월(-22.1%) 이후 37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다. 데이터처는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수급 불안과 관련 시설 정비·보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화학제품(-2.1%) 생산도 감소했다. 역시 중동 전쟁 여파가 반영됐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광공업 생산 감소율(-0.7%) 가운데 석유정제·화학제품의 감소 기여도가 약 –0.6%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자동차 생산도 10.0% 줄었다. 작년 9월(-15.3%) 이후 7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크다. 지난달 대전에서 발생한 자동차부품 제조 공장 화재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데다가, 5월 주요 차종 신차 출시를 앞둔 대기 수요 영향도 있었다. 다만, 슈퍼 사이클을 맞은 반도체(3.1%)는 생산이 늘었다.
상품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 대비 3.6% 감소했다. 2024년 2월(-3.7%)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줄었다. 전월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효과로 급증했던 통신기기·컴퓨터 등 내구재(-11.1%) 판매가 기저효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비내구재(-1.1%) 판매도 줄었는데, 특히 중동전쟁에 따른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시행과 고유가 영향으로 차량연료(-8.3%) 판매가 감소했다.
서비스 소비를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도 1.0% 감소했다. 2022년 2월(-1.7%)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전월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금융·보험업(-7.7%)이 줄었고, 도소매업(-1.5%)은 소매업과 자동차·부품판매업 부진 영향으로 감소했다.
투자 지표도 일제히 ‘마이너스’를 가리켰다. 설비투자는 3.6% 감소했다. 월별 변동 폭이 큰 항공기 도입 물량이 전월 크게 증가한 기저효과로 기타운송장비 등 운송장비(-11.5%) 투자가 줄었다.
건설업체의 국내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불변)도 1.4% 감소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0.6포인트 올랐다.
정부는 지난달 주요 지표가 일시 조정을 받았다고 보고 이번 달부터는 개선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기준선 100 아래로 떨어졌던 소비자심리지수가 이번 달 반등했고, 기업심리지수는 36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라 43개월 만 최고치 기록하는 등 소비·투자에 긍정적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달 생산·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감소한 데 대해 “그동안의 높은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일시적인 조정을 받은 것”이라며 “5월에는 소비와 기업 심리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하고 수출 호조세도 이어지고 있어 개선 흐름이 재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