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주에도 전국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안동 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전 기간제 교사와 학부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는가 하면 LG전자 사무실에서 흉기를 휘둘러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 협력업체 직원은 구속됐다.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중 발생한 붕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 빼돌린 시험지로 전교 1등…교사·학부모 2심서 감형
대구지법 형사4부(재판장 성기준)는 지난 29일 특수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학부모 A(50·여)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4개월을 선고했다. A씨에게 돈을 받고 학교에 침입해 시험지를 훔친 기간제 교사 B(32·여)씨 역시 징역 5년에서 징역 4년4개월로 감형됐다. 추징금 3150만원은 그대로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사 사건들에서 선고된 형, 구금 생활 등을 통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 양형은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피고인들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 등은 2023년부터 지난해 7월4일까지 11차례에 걸쳐 경북 안동의 한 사립 여자고등학교 교무실에 침입해 시험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기간 A씨는 B씨에게 범행을 도와주는 대가로 3150만원을 건넸고, A씨의 딸은 고교 재학 내내 전교 1등을 유지했다. 지난해 7월 A씨 등이 교무실에 침입했다가 경비 시스템이 오작동하면서 범행이 발각됐다.
◆ ‘흉기난동’ LG전자 협력사 직원 구속…‘갑질’ 주장
서울남부지법 김지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9일 살인미수,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LG전자 협력업체 직원인 60대 남성 정모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정씨는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며 “해고 통보에 깊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LG전자의 협력사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한 뒤 법원으로 들어갔다. 이후 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엄청 괴롭힘당했다. 갑질이라고 표현하면 된다”고 말했다. ‘협력사 관리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물음에는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게 돼 있지 않은데, 같은 근무 공간에서 제 태도를 보며 괴롭혔다”고 답했다. ‘해고가 아닌 프로젝트 변경’이라는 LG전자 측 입장에 대해서는 “아니다. 해고였다. 그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LG전자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정씨 측 주장을 재차 반박했다. LG전자는 “사건 전 협력업체 측에 담당자 교체를 요청했고, 사건 당일에는 LG전자 프로젝트 제외 및 사내 다른 프로젝트 전환이 제안됐을 뿐 해고 통보는 없었다”며 “현재까지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하대하거나 무시하는 등 부당한 언행을 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씨는 27일 오전 11시18분쯤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LG사이언스파크 건물에서 50대 남성과 4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피해자들이) 평소에 말을 막 하고 하대하고 무시했고, 해고 통보를 받아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 서소문 고가 철거 붕괴로 6명 사상…안전점검서 ‘미흡’ 평가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철거 공사 도중 붕괴 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장은 지난해 9월19일 이뤄진 서울시 안전관리과의 현장 안전 점검에서 100점 만점에 67점으로 ‘미흡’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21일 고가차도 전면 통제와 철거가 시작되기 이틀 전 진행된 현장 안전 점검에서 이 같은 평가를 받았다.
설계와 시공 단계에서 두 차례 연속으로 동일한 위험 요인이 지적됐지만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24년 6월 국토안전관리원은 서소문 고가 개축 설계안전성 검토 보고서에 대해 △가설지지대 등 보강계획 수립 △구조 안전성 검토 결과에 따른 해체 순서도 작성 △장비동선 및 해체순서에 따른 주요 부재 구조 안전성 검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당시 서울시는 해당 사항을 설계 단계에 반영하지 않고 향후 “시공 단계의 안전관리계획서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관리원의 지적 사항은 설계 이후 시공 단계에서 작성된 안전관리계획서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관리원은 안전관리계획서를 검토한 뒤 설계 단계에서 문제 삼은 내용과 동일한 부분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재차 지적했지만 철거 작업이 그대로 진행됐다.
서울경찰청 전담수사팀은 붕괴 전후 공사 관계자들의 의사결정 구조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시공사 흥화건설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토대로 해체 공사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게 돼 있는지 우선 파악 중이다. 특히 12시간 전 단차가 발생하는 중 붕괴 조짐이 보였을 당시 누가 어떤 의사결정을 해 현장을 방치하고 사고로 이어지게끔 했는지를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6일 오후 2시32분쯤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 철거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번 사고는 사고 당일 새벽 슬라브 절단 작업 과정에서 구조물이 2.9㎝가량 주저앉아 단차가 발생한 뒤 안전 점검을 진행하던 중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