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이 서울시와 공사 업체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안전관리계획서 등에 담긴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행됐는지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철거 구조물의 붕괴를 막기 위해 임시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작업 지침서 등도 공개됐는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도 따져볼 계획이다.
◆ 경찰, 안전 지침 이행 여부 본격 수사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29일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시공사인 흥화건설, 감리업체인 수성엔지니어링의 본사 및 현장사무실 등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들의 형법상 과실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시됐다.
경찰은 광역수사대원 33명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20명 등 53명을 투입해 자료 확보와 분석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서소문 고가차도 구조 설계도와 안전관리계획서 등을 확보해 철거 작업 당시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특히 안전관리계획서에 담긴 지지대 설치 관련 내용 등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따져볼 방침이다.
◆ 붕괴 막을 지지대는 왜 설치 안됐나
서울시가 지난해 3월 작성한 ‘서소문고가 개축 실시설계 용역 공사시방서’에는 안전대책으로 철거 구조물의 붕괴를 막기 위해 버팀대 또는 지주 등 지지대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하지만 사고 당시 현장에는 붕괴를 지탱하는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안전관리원도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과정에서 지지대 설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안전관리원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의 안전관리계획서를 검토하고 설계안전성 평가 부분에 “철거 작업 시 구조안전성을 검토해야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기에는 구조 안전성 검토에 따른 해체 순서도를 작성하고 하중 분석 적정성 여부, 장비동선 및 해체순서에 따른 주요 부재 구조 안전성을 검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가설지지대 등 해체순서에 따른 보강 계획을 수립하고 경의중앙선 구간 철거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도 추가 도출하라고 명시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월 안전관리계획서에 이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답변했고, 조건부 적정 판정으로 계획서 검토가 이뤄졌다.
◆ 서울시 “당시 거더 안전에는 이상 없어”
붕괴를 막을 지지대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는 차도의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가 당시에는 양쪽으로 받쳐진 상태였기 때문에 별도 지지대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거더가 무너지면서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시 관계자는 “철거 계획 수립 당시 설계 내용상 거더 안전과 관련해 크게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침하가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안전점검을 위해 관계자들이 공중비계로 향한 과정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이 입수한 사고 당시 서울시 현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2시40분쯤 슬래브(상판) 절단 작업 중 29mm의 처짐 현상이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다. 시는 현장 조치 예정사항으로 안전진단업체 조사 의뢰를 비롯해 전도방지 장치를 설치하고 양방향 크레인 설치 후 와이어를 거더와 결속·절단하고 절반씩 나눠 인양하는 등 등 후속조치 계획을 보고했다.
26일 오후 2시부터 전문가들은 안전진단에 나섰지만 안전모와 방진복, 장갑 등만 착용하고 추락 방지 장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 안전관리계획서에는 작업자가 세트앙카를 설치한 뒤 구명줄과 안전블록, 카라비너 등을 연결해 추락을 방지하는 계획이 담겼지만 조치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이번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는 등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