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는 천궁-Ⅱ의 역할이 확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으로 방공망 수요가 급증했지만, 미국산 패트리엇(PAC-3)으로 이같은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미군과 중동 국가의 PAC-3 소모가 극심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은 PAC-3 인수가 늦어질 위험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천궁-Ⅱ가 잠재적 구매국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북한이 저고도 정밀타격 능력을 갖추면서 천궁-Ⅱ의 성능 강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탄도·순항미사일 요격 능력을 높임으로서 북한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의 내구성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전투기만으로는 방공작전 어려워
흔히 영공 방어는 전투기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방공은 단순히 적기나 드론을 격추하는 것이 아니라 탐지·식별·지휘통제·교전·평가를 함께 진행하는 통합작전개념이다.
지상·해상·공중의 센서가 적기나 미사일을 탐지하고 지휘소에 알리면, 이를 토대로 상황 인식 작업을 진행한다.
적 위협은 전투기, 드론, 미사일, 헬기까지 다양하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위협에 대응하려면 전투기 뿐만 아니라 지대공미사일이 함께 필요하다.
전투기는 출격 준비와 정비, 급유, 활주로 상태, 날씨 등에 따라 작전 활동이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특정 지역을 방어할 수 있는 지대공미사일 체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적군이 저가 자폭드론 수백 대를 한꺼번에 투입해서 공습을 감행하는 경우도 있다.
전투기만으로 저지하려면, 출격 횟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기체 고장 및 조종사 피로 누적, 무장 소모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란 전쟁에서도 이같은 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란은 샤헤드 자폭드론을 대대적으로 투입, 군사 시설과 민간 인프라를 타격했다.
아랍 국가들은 전투기를 띄웠지만, 100% 차단하지는 못했다. PAC-3를 비롯한 지상 방공망이 가동되어 상당수를 요격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랍 국가들은 방공망 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일 카타르에 패트리엇 미사일과 관련 장비를 판매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40억 달러 규모의 이번 계약은 PAC-2 미사일 200발과 PAC-3 관련 장비 등이 포함됐다.
◆천궁-Ⅱ가 경쟁력 지닌 이유
이처럼 세계 각국이 미국산 패트리엇 등의 방공체계 구매에 나서고 있으나, 원하는 시점에 인수가 가능할 지는 불확실하다. 미군의 소모량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지난달까지 미국은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1100발과 패트리엇 미사일 1200여발 등을 소진했다. 정밀유도무기 재고가 크게 줄어들면서, 미국은 자국 군대의 비축분 확보가 시급해졌다.
이는 패트리엇의 대안이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산 천궁-Ⅱ다. 북한 전투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고자 개발된 천궁-Ⅱ는 고도 40㎞ 이하로 접근하는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음속의 5배 속도로 직접 충돌해서 요격한다.
천궁-Ⅱ는 8개 발사관을 탑재한 발사대 차량 4대와 다기능레이더, 교전통제소로 구성된다.
발사관에서 가스 압력으로 미사일을 10m 이상 수직으로 밀어올리면, 미사일이 목표지점을 향해 엔진을 점화하는 콜드런치 방식을 사용해서 360도 모든 방향의 적기에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자랑했으며,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물량이 이란 전쟁에서 실전 투입돼 96% 수준의 높은 요격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방위산업 시장에는 천궁-Ⅱ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기들이 있다.
미국·노르웨이가 개발한 나삼스(NASAMS)는 AIM-120 공대공미사일을 지상발사형으로 개조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능을 입증했다.
독일이 만든 아이리스-티(IRIS-T) SLM도 우크라이나에서 다수의 러시아 항공기와 드론을 요격했다. 이스라엘산 바락(BARAK)-8은 아시아 등의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
나삼스와 아이리스-티, 바락은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이란 전쟁에서처럼 탄도·순항미사일과 자폭드론이 함께 날아오는 상황에선 대응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천궁-Ⅱ가 경쟁 우위를 지닌다.
프랑스 탈레스와 유럽 미사일 제조업체 MBDA가 합작한 샘프-티(SAMP-T)는 천궁-Ⅱ의 라이벌이 될 수 있다.
샘프-티의 초기 버전은 전투기와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에 초점을 맞췄다. 패트리엇에 밀려 구매처를 찾지 못했지만, 2023년부터 우크라이나에 배치되어 러시아산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에 대해 85%의 요격률을 기록했다.
이후 개발된 신형 샘프-티는 극초음속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췄다. 사거리는 150㎞, 요격 고도는 20㎞다.
샘프-티는 지난 4월 덴마크가 구매를 결정하면서 유럽의 방위력 강화를 상징하는 시스템이 되고 있다. 덴마크는 패트리엇 도입을 검토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린란드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샘프-티 구매로 선회했다.
샘프-티는 패트리엇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스위스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10여개 유럽 국가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지역에도 판매 가능성이 제기된다. 샘프-티가 본격적으로 중동에 진출하면 이라크와 UAE, 사우디에 수출되어 중동 시장에 기반을 마련한 천궁-Ⅱ와 수주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다만 샘프-티는 생산 초기 단계지만, 천궁-Ⅱ는 신속하게 생산·납품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이란 전쟁 당시 UAE의 요청으로 요격미사일 30발을 대구에서 UAE 공군 C-17 수송기로 긴급 수송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천궁-Ⅱ의 체계종합 회사인 LIG D&A가 천궁 관련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고, 냉전 시절부터 이어진 대량생산 체제를 통해 생산 물량 조정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서 샘프-티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평가다.
◆순항미사일 요격 능력도 갖출 듯
국내외에서 성능을 입증한 천궁-Ⅱ는 기존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갖출 모양새다.
공군발전협회가 지난 20일 개최한 항공우주력 세미나에서 천궁-Ⅱ 체계종합을 담당하는 LIG D&A 측은 천궁-Ⅱ의 순항미사일 대응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군은 수년 전부터 북한 순항미사일을 비롯한 저고도 침투 미사일을 요격하는 능력에 관심을 보여왔다.
북한은 사거리가 1500∼2000㎞에 달하는 화살-1·2형 전략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 지상발사와 더불어 구축함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다. 바다로 우회해서 내륙으로 침투, 표적을 타격하는 작전이 가능해졌다.
북한은 전술 순항미사일도 새롭게 만들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초정밀 자체항법체계와 지형대조 항법체계가 결합되고, 인공지능(AI) 유도기능이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활공 및 추진복합 비행방식으로 10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한다.
이같은 위협에 대응하고자 LIG D&A측은 천궁-Ⅱ를 개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형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비행성능을 유지하면서 순항미사일 대응 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우선 요격탄의 유도조종장치에서 단종 부품을 교체하고 순항미사일 대응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표적을 탐지하는 탐색기에는 고해상도 거리측정(HRR) 모드를 추가한다. 고해상도 거리측정 모드는 표적의 세부 구조에 따른 반사 패턴을 확인해서 기종을 파악하는 특성을 지닌다. 악천후나 야간에도 고해상도 정보 획득이 가능하다.
요격탄의 소프트웨어를 재설계하고, 시험평가 인프라도 구축한다.
천궁-Ⅱ 포대의 요격작전을 총괄하는 교전통제소는 순항미사일 전용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다표적 동시 교전 능력을 강화하게 된다. 저고도로 날아오는 표적을 추적·교전하는 절차로 최적화한다.
이는 천궁 기반의 순항미사일 요격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나삼스나 패트리엇 등도 기존 미사일 체계를 개량해서 순항미사일 대응 능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천궁-Ⅱ도 기술적인 보완을 진행하면 북한 순항미사일 요격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