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현재 병력계획은 상비병력 50만명을 기준으로 짜여 있다. 국방부는 2028년까지 이 규모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출생아 20만명대 세대가 입대하는 2040년대에는 병사 충원 기반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북한 위협을 고려하면 50만명 수준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어, 병력 규모를 넘어 군 구조 재설계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30일 국방부가 2023년 발표한 ‘2024∼2028 국방중기계획’에는 2028년까지 상비병력 50만명 규모를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비병력 총량은 그대로 두되, 병사 의존도를 낮추고 숙련 간부를 보강하는 방향이다. 세부 병력운용계획상 중·소령과 상사 등 중간간부는 5만1000명에서 2028년 5만7000명으로 늘리고, 중·소위와 하사 등 초급간부는 6만7000명에서 6만40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국방부도 ‘50만명’을 법률상 고정된 목표로 두는 방식에서는 벗어나려 했다. 2023년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상비병력 50만명’ 목표 수치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50만명이라는 숫자 대신 ‘가용자원’과 ‘안보위협’을 함께 보겠다는 것이었다. 기존 조항은 상비병력을 “2020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정하고 있었지만, 개정안은 이를 “가용자원을 고려하여 안보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바꾸는 내용이었다. 다만 현행 법률에는 여전히 50만명 목표 문구가 남아 있다.
국방부의 장기 계획도 병역자원 감소를 전제로 한다.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은 2040년까지 한국군을 AI 과학기술 강군으로 바꾸겠다는 장기 계획이다. 병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AI와 무인체계를 활용해 감시·정찰·전투 방식까지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병력구조와 관련해서도 작전에 필요한 병력과 실제 확보할 수 있는 병력을 함께 고려해, 적정 상비병력 규모를 다시 판단하고 군 구조를 재설계하겠다는 방향을 담고 있다. 재설계 압박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표가 출생통계다.
◆출생아 20만명대, 2040년대 병역자원으로
출생 통계는 약 20년 뒤 병역자원 규모를 가늠하게 하는 선행지표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5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을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4500명이다. 전년보다 1만6100명(6.8%) 늘어나고, 합계출산율도 0.80명으로 전년보다 0.05명 늘었지만 여전히 출생아 수는 20만명대다.
전체 출생아 수가 20만명대에 머물면, 약 20년 뒤 병역 대상 남성 인구도 그 절반 안팎에 그칠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재단이 29일 공개한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의 보고서 ‘인구절벽에 직면한 한국군의 전환’을 보면, 2023년 출생아 수 약 23만명을 기준으로 이들이 병역 대상 연령이 되는 2043년 남성 병역자원은 약 11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등 대체복무 인원과 장교·부사관 임관자, 신체등급 부적합자를 제외하면 실제 현역병으로 충원할 수 있는 인원은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추산은 2040년대 한국군 전체 병력이 10만명대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11만5000명은 해당 연령대의 남성 병역자원 규모다. 문제는 현재의 병사 30만명 규모를 유지하려면 매년 약 20만명이 새로 들어와야 하는데, 2040년대에는 그만큼의 병사를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군 약 50만명 중 병사는 약 30만명, 장교·부사관은 약 20만명이다. 육군 복무기간 18개월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병사 30만명을 유지하기 위해선 매년 약 20만명이 입대해야 한다.
병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50만명이라는 기준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에 2020년 게재된 논문 ‘인구 절벽시대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한국군 병력구조 개편’은 2006년 국방개혁 이후 2022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세워졌지만 왜 50만명으로 판단됐는지 산출과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미래 적정 상비병력 규모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50만명 기준을 벗어난 병력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50만명은 필요한가, 가능한가
병역자원 감소 논의가 곧바로 “상비병력 기준을 50만명 아래로 낮춰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구를 보면 현재처럼 병사를 충원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지만, 안보 상황을 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상비병력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해 낸 ‘한국군의 적정 상비병력 규모에 관한 연구’를 보면, 북한의 전면전 위협에 대비하려면 한국군은 상비병력 50만명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이 연구는 인구 통계가 아니라 현대 전쟁사례의 최소계획비율을 기준으로 적정 상비병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2022년 기준 북한 총병력 128만명과 한국군 50만명을 비교하면 상비병력 비율이 약 2.6대 1로, 방어작전에 필요한 최소계획비율의 경계선에 있다고 평가했다. 50만명은 줄여도 되는 숫자가 아니라 지켜야 할 최소선이라는 진단이다.
결국 쟁점은 50만명을 유지할지 줄일지의 선택에 그치지 않는다. 병사로 채우기 어려워지는 자리를 숙련 간부와 민간인력, 예비전력, 무인체계가 각각 얼마나 나눠 맡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동아시아재단은 전투임무와 비전투임무를 구분해 인력을 재배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급식, 수송, 시설관리, 의료, 행정, 정보기술(IT) 등 비전투 분야까지 군 내부 인력이 계속 맡을 경우, 병역자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투 임무에 집중해야 할 인력까지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투·전술 임무는 상비전력이 맡되, 비전투 분야는 민간 전문인력과 공공기관 역량을 활용하는 민·관·군 통합 인력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병사의 역할을 단기 복무 뒤 빠져나가는 인력으로만 볼 것인지도 논의 대상이다. 현재처럼 병사로 입대한 인원 중 일부가 자발적으로 복무를 연장하고, 단기 계약 부사관이나 전문 부사관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기술·정보·정비처럼 숙련도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병사를 장기 활용 가능한 인력풀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병력 논의는 단순 감축론이나 유지론으로 정리되기 어렵다. 2040년대 병역자원 감소는 50만명이라는 숫자보다, 한국군이 어떤 인력과 장비 조합으로 전투력을 유지할 것인지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