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서 피했는데”…수박, 혈당 걱정된다면 ‘양’부터 보세요

생 수박 100g당 당류 5.06g…한 번에 먹는 양 중요
“성인 과일·채소 500g 이상 섭취율 24.4% 그쳤다”
L-시트룰린 혈관 연구 주목…효능보다 가능성 봐야

“달아서 피했는데.”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은 한 조각으로 끝나기 어렵다. 혈당이 걱정된다면 수박 자체보다 한 번에 먹는 양과 먹는 방식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

무더운 밤에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은 유난히 빨리 사라진다. 한 조각만 먹으려던 손이 금세 두 조각, 세 조각으로 이어진다. 시원하고 가벼운데도, 단맛 때문에 혈당이 신경 쓰이는 사람은 자꾸 망설이게 된다.

 

그렇다면 수박을 아예 피해야 할까. 답은 좀 다르다. 수박은 끊어야 할 과일이라기보다, 한 번에 먹는 양을 정해두고 먹는 과일에 가깝다.

 

30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하루 과일·채소를 500g 이상 섭취한 19세 이상 성인은 24.4%였다. 성인 4명 중 1명 정도만 권장 수준에 닿은 셈이다.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충분히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는 뜻이다.

 

◆수박 100g당 당류 5.06g…문제는 ‘한 통 앞에서 먹는 방식’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생 수박 100g의 열량은 31kcal, 당류는 5.06g이다. 수분은 91.1g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숫자만 놓고 보면 수박을 단맛 때문에 무조건 피해야 할 과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수박 자체보다 먹는 양이다. 작은 접시에 덜어 먹는 한두 조각과, 큰 그릇에 담아놓고 TV를 보며 계속 집어 먹는 수박은 몸에 들어가는 양부터 달라진다.

 

수박 주스도 마찬가지다. 갈아 마시면 씹는 과정이 줄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을 넘기기 쉽다. 컵으로 마시면 ‘과일 한 조각’보다 적게 먹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여러 조각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다.

 

혈당을 걱정한다면 수박을 금지 목록에 올리기보다 먹는 방식을 먼저 바꾸는 게 현실적이다. 큰 그릇째 두고 먹기보다 작은 접시에 덜고, 주스로 갈기보다 씹어 먹는 쪽이 낫다.

 

◆L-시트룰린 연구 주목…수박을 약처럼 보면 안 된다

 

수박은 혈관 건강 연구에서도 자주 언급된다. 수박에 들어 있는 L-시트룰린 때문이다. L-시트룰린은 체내에서 L-아르기닌으로 전환되고, 산화질소 생성과 관련된다. 산화질소는 혈관 이완과 혈류 조절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연구진은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2주간 수박 주스 섭취가 급성 고혈당 상황의 혈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수박 주스를 마신 그룹에서는 일부 혈관 기능 지표가 덜 나빠지는 흐름이 관찰됐다.

 

하지만 이 결과를 그대로 생활 속 수박 섭취 효과로 넓혀 말하기는 어렵다. 연구 대상은 건강한 젊은 성인이었고, 기간도 2주로 짧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없다. 수박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좋아진다는 뜻도 아니다.

 

수박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도 항산화 성분으로 자주 거론된다. 그렇다고 특정 성분 하나가 식품 전체의 효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박은 과일이지 결코 치료 식품이 아니다.

 

◆효과 가능성 있지만 단정은 어렵다

 

2022년 영국영양학저널에 실린 메타분석은 L-시트룰린 보충과 수박 섭취가 혈관 기능 지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했다. 일부 지표에서 긍정적 가능성이 제시됐지만, 효과가 모든 지표에서 뚜렷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었다.

 

2025년 발표된 메타분석도 비슷한 선을 지킨다. 중장년·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대조시험 8건, 총 176명을 분석한 결과 L-시트룰린 보충은 혈관 내피 기능 지표인 FMD 개선과 관련됐다. 반면 수박 섭취 자체가 주요 혈관 기능 지표를 일관되게 개선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수박 속 성분이 혈관 기능과 관련해 연구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수박이 혈관을 좋게 한다거나 혈관 건강을 지켜준다고 잘라 말하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수박 섭취자의 식단 차이도 확인됐다. 수박을 먹은 성인과 어린이는 비섭취자보다 식이섬유, 마그네슘, 칼륨, 비타민 A, 라이코펜 섭취량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첨가당과 포화지방 섭취량은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를 인과관계로 해석하면 안 된다. 수박을 먹어서 식단이 좋아진 게 아니라, 원래 과일이랑 채소 잘 챙겨 먹던 사람들이 수박도 같이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박 섭취랑 식단의 질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정도로 보면 된다.

 

◆핵심은 ‘먹느냐’가 아닌 ‘얼마나 먹느냐’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수박은 끊어야 할 음식이라기보다 양을 정해야 할 음식에 가깝다. 늦은 밤 큰 그릇에 담아놓고 계속 집어 먹으면 당류 섭취가 빠르게 늘 수 있다. 반대로 단 과자나 음료 대신 작은 접시에 덜어 먹는 방식이라면 부담은 달라진다.

 

수박은 수분 함량이 높고 열량이 낮은 과일이지만, 큰 그릇째 두고 먹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당류를 섭취할 수 있다. 작은 접시에 덜어 먹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게티이미지

수박 한 조각이 혈관 건강을 바꾸지는 않는다. 반대로 단맛이 난다는 이유만으로 여름 과일을 모두 밀어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수박을 먹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먹고 어떤 음식 대신 먹느냐다.

 

전문가들은 “수박은 수분이 많고 열량이 낮은 편이지만 당류가 없는 과일은 아니다”라며 “혈당을 관리하는 사람은 갈아 마시기보다 씹어 먹고, 한 번에 먹을 양을 접시에 덜어두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