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동안 코스피가 6600선에서 8400선까지 27% 넘게 올랐다. 지수만 보면 뜨거운 상승장이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들여다본 계좌는 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장을 끌어올리는 동안, 국내 상장 종목 10개 중 8개는 오히려 떨어졌다.
◆지수는 뛰었는데 종목 82%는 하락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는 1455만8479명이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주식시장에 발을 담근 셈이다.
문제는 지수와 체감 수익률의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 상장 종목 2764개 가운데 2276개가 하락했다. 전체의 82.3%다. 상승 종목은 378개(13.68%)에 그쳤고, 보합은 110개(3.98%)였다.
시장별로 봐도 사정은 비슷했다. 코스피에서는 전체 948개 종목 중 784개(82.70%)가 내렸다. 코스닥에서도 1816개 가운데 1492개(82.16%)가 하락했다. 상승 종목은 코스피 137개, 코스닥 241개에 머물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끌어올린 장세
지수를 밀어 올린 건 사실상 반도체 대형주였다.
같은 기간 KRX SK하이닉스 지수는 77.17% 급등했고, KRX 삼성전자 지수도 33.41% 올랐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기대가 두 종목으로 자금을 끌어당겼다.
반대로 중소형주와 내수 업종은 줄줄이 밀렸다. KRX 중형 TMI는 9.41%, KRX 소형 TMI는 11.96%, KRX 초소형 TMI는 11.54% 하락했다.
지수는 올랐지만 시장 전체로 온기가 퍼진 것은 아닌 셈이다.
◆중소형주·내수주는 상승장에서 소외
업종별 온도 차도 뚜렷했다.
KRX 유틸리티는 18.65% 떨어졌고, 건설(-16.93%), K콘텐츠(-9.86%), 에너지화학(-9.71%), 증권(-9.55%), 헬스케어(-9.44%)도 약세를 보였다. 은행(-7.71%)과 방송통신(-6.18%) 역시 상승장에서 소외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장세를 ‘반도체 쏠림장’으로 본다. AI 반도체 기대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면서 지수는 밀어 올렸지만, 중소형주와 내수 업종까지 돈이 넓게 번지지는 못했다는 설명이다.
◆내 계좌가 다른 이유는 ‘보유 종목’에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 숫자보다 보유 종목의 위치가 더 중요해졌다.
지수가 8400선을 넘어섰다는 말만 듣고 시장 전체가 오른다고 판단하면 실제 계좌 수익률과 괴리가 커질 수 있다. 지금 확인할 것은 코스피가 얼마나 올랐느냐가 아니라 내 종목이 그 상승에 끼어 있느냐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지수 상승률만 보면 강한 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대형 반도체주가 시장을 끌고 가는 구조”라며 “이런 국면에서는 지수보다 업종, 시가총액, 수급 쏠림을 함께 봐야 투자 판단의 착시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