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안 가도 된다고요?”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 이후 도심 커피 동선이 흔들리고 있다. 매일 가던 매장을 잠시 피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주변 카페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커피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다만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른 카페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커피전문점이 크게 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국가데이터처 서비스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2022년 말 기준 10만729개로 처음 10만개를 넘어섰다. 2016년 5만1551개에서 6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해 커피전문점 전체 매출은 15조5000억원, 종사자는 27만명으로 집계됐다. 특정 브랜드에 등을 돌려도 소비자가 곧바로 옮겨갈 카페가 생활권 곳곳에 있다는 뜻이다.
논란은 지난 18일 스타벅스가 진행한 ‘탱크데이’ 행사에서 비롯됐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라는 표현이 쓰였고, 함께 등장한 “책상에 탁!” 문구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논란 이후 사과문을 냈고, 손정현 대표에 대한 인사 조치도 이뤄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지난 26일 직접 고개를 숙였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 27일에는 5·18 관련 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146곳이 전국 단위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5·18기념재단과 관련 단체들은 정 회장 등을 5·18특별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책임을 묻고 나섰다.
도심 상권에서는 변화가 먼저 감지됐다. 점심시간 직후 서울 주요 업무지구의 일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 앞에는 음료를 기다리는 직장인들이 줄을 섰다. 반면 인근 스타벅스 매장은 평소보다 한산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반사이익은 주변 카페들이 일부 가져가고 있다. 한 개인 카페 업주는 “논란 이후 점심 손님이 조금 늘었다”며 “하루 매출이 평소보다 더 붙는 날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장에서도 “최근 들어 스타벅스 대신 왔다고 말하는 손님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곧바로 전국적인 매출 감소로 연결하기는 어렵다. 상권과 매장 위치에 따라 체감도 엇갈린다. 일부 매장에서는 “날씨가 더워지면서 음료 수요 자체가 늘어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거나 “평소와 비교해 큰 변화는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상권별로 일부 차이는 있었지만, 논란 이후 스타벅스 대신 인근 카페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소비자 반응은 강한 불매보다는 거리 두기에 가깝다. 앱을 삭제하거나 기프티콘 환불을 고민하는 사례도 있지만, 상당수는 “당분간은 다른 카페를 가겠다”는 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훼손된 브랜드 이미지뿐 아니라 주변 시선도 작동한다. 한 직장인은 “스타벅스 컵을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 역사적 이슈에 무감각한 사람처럼 보일까 신경 쓰인다”며 “요즘은 근처 개인 카페를 간다”고 말했다.
커피는 매일 찾는 소비인 만큼, 한 번 바뀐 발걸음이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브랜드인 만큼, 논란이 생기면 소비자들의 선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를 ‘소비 중단’이 아닌 ‘소비 재배치’로 해석한다. 커피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닌 소비처가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재가 많은 기호식품이라는 점도 변수다. 소비자는 불편함 없이 브랜드를 바꿀 수 있다. 그만큼 불매나 회피 움직임이 빠르게 퍼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관심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현상은 커피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소비처가 이동한 사례로 볼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간 매출보다 브랜드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