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번진 ‘진흙탕 싸움’…안산시장 선거, 도덕성 검증에 정책은 실종 [오상도의 경기유랑]

국힘 이민근 ‘1억 수뢰 의혹’ 경찰 수사 직면…“사전투표 노린 정치공작, 사실이면 퇴진” 배수진
민주 천영미 ‘19년 전 음주운전·실적 부풀리기 의혹’ 도마…“이미 사과한 사안, 흑색선전 법적 대응”
‘최초의 연임 시장’ vs ‘첫 여성 시장’ 역사적 타이틀 매치, 막판 네거티브에 유권자 피로감 극에 달해

6·3 지방선거를 앞둔 경기 안산시장 선거판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탁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책과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해야 할 본선 레이스가 선거 막판 ‘음주운전 전력’과 ‘1억원 수뢰 의혹’이라는 도덕성 공방으로 치달으면서, 여야 후보들이 고소·고발을 예고하는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천영미 민주당 안산시장 후보(왼쪽)와 이민근 국민의힘 안산시장 후보. 각 선거캠프 제공

◆ 이민근의 악재: 사전투표 앞두고 터진 ‘1억 수뢰 의혹’ 경찰 수사

 

재선 도전에 나선 국민의힘 이민근 후보는 선거 막판에 불거진 거액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타격을 입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경선 후보 신분으로 특정 사업의 편의를 약속하고 1억원을 수수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접수, 안산단원경찰서로 이첩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근 국민의힘 안산시장 후보(왼쪽)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이민근 캠프 제공

이 후보는 사전투표를 앞두고 터진 이번 사안에 대해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 1원의 불법 자금도 받은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문제가 있었다면 왜 4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사전투표 직전에 고발장을 냈겠느냐”며 표심을 왜곡하려는 악의적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이 후보는 고발인을 무고 혐의로 즉각 고소하는 한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시장직에서 즉시 물러나겠다”며 사퇴 배수진을 쳤다. 아울러 지난해 지능형교통체계(ITS) 관련 뇌물수수 의혹 역시 검찰에서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결백을 호소하고 있다.

 

천영미 민주당 안산시장 후보가 선거사무실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천영미 캠프 제공

◆천영미의 아킬레스건: ‘음주운전 전력’ 사과, 다른 의혹은 정면 대응

 

반면 더불어민주당 천영미 후보는 과거 이력과 의정 활동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 캠프 측은 “음주운전은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라며 천 후보의 도덕적 결함을 정조준했다. 이에 더해 천 후보가 도의회 의정활동 당시 13건의 대표 발의 조례 건수를 자서전에서 160건으로 부풀려 기재했다는 ‘실적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도의회 상임위원장 재임 시절 업무추진비의 상당액을 특정 참치 전문점에서 집중적으로 결제했다는 ‘혈세 유용 의혹’까지 터트렸다.

 

천 후보 캠프는 음주운전 전력에 대해선 즉각 고개를 숙이면서도 나머지 의혹은 강력히 부인했다. 천 후보 측은 “19년 전 음주운전이라는 과오에 대해 수차례 공개 사과했고 지금도 뼈저리게 후회한다”면서도 “과거 사안을 선거 막판 왜곡된 프레임으로 가공하고, 근거 없는 업무추진비 의혹을 제기하는 건 저질 흑색선전”이라고 맞받았다.

 

천 후보 선대위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법적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며 이 후보 측이 불리한 판세를 꺾기 위해 자극적인 흑색선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성토했다.

 

◆역사적 ‘최초’ 타이틀 매치…네거티브 격화에 실종된 ‘미래 비전’

 

안산시장 선거는 누가 당선되든 안산 행정 역사에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천 후보가 승리하면 안산 최초의 ‘여성 시장’이 등장하며, 이 후보가 수성에 성공하면 안산시 첫 ‘연임 시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당초 두 후보는 안산의 인구 유출 위기와 경기 침체를 타개할 굵직한 정책 대안을 내놓으며 정책 선거의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천 후보는 안산의 인구 급감을 막기 위한 ‘비상대책기구’ 설치와 사동 89블록 내 ‘제2판교형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조성, 신안산선 자이역 신설 및 대부도 연장 관철, 그리고 시화호·대부도 일대를 묶는 ‘생태환경도시·제3호 국가정원’ 유치를 핵심 비전으로 선언했다.

 

이 후보 역시 4호선 지상철 지하화를 위한 패스트트랙 안착과 한양대 의료클러스터 내 난치병 전문센터 유치,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고령친화 도시’ 구축, 전국 최초 ‘상호문화특례시’ 지정 등을 공약하며 시정 연속성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선거 종반전이 사법 수사와 폭로전으로 얼룩지면서 정작 시민들의 삶을 바꿀 미래 청사진은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산의 미래를 바꿀 양질의 일자리·행정 공약들이 후보 간 흠집 내기에 완전히 묻혀버렸다”며 “유권자들이 느끼는 정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선거 당일 표심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