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앞바다에 ‘비안도’라는 이름의 작은 섬이 있다. 부안 가력도항에서 7㎞쯤 떨어져 있다. 과거 뭍과 비안도를 오갔던 여객선 회사는 2002년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운항을 중단했다. 뱃길이 끊기며 섬 주민 약 400명은 큰 불편을 겪었다. 육지에 가려면 작은 어선에 몸을 싣고 파도를 헤치며 바다를 건너야 했다. 17년이 지난 2019년 12월에야 여객선 운항이 재개됐다. 주민들은 “그간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길을 오갔는데 이젠 안심하고 다닐 수 있다”며 기뻐했다. 비안도가 얼마나 외딴 섬인지 새삼 깨닫는 대목이다.
비안도는 ‘보물섬’이다. 인근 바다에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수천 점의 고려청자가 출토됐다. 국가유산청은 2005, 2006년 비안도 해역을 도자기류 중요 문화재(사적) 구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는 비안도와 가까운 선유도가 예로부터 서해 항로의 거점이었던 점과 무관치 않다. 고려 시대에는 중국 송나라와의 무역에서 기항지 노릇을 했다. 조선 시대 들어선 왜구의 약탈을 막기 위한 수군진(水軍鎭)이 설치됐다. 고려청자 등 유물들은 이곳을 항해하다가 기상 악화로 난파한 무역선에 실려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비안도(飛雁島)란 한자 그대로 ‘하늘을 나는 기러기’라는 뜻이다. 멀리서 바라본 섬의 모양이 마치 기러기가 날아가는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섬 안에 생김새가 예쁘고 빛깔이 아름다운 돌이 많아 오래전부터 수석(壽石) 전문가들이 심심찮게 드나들었다고 한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산책길을 걸으면 한적한 섬마을 풍경과 탁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섬 안에서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91m의 노비봉이다. 이 봉우리는 동백나무와 괴목나무 숲으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비안도가 기러기라고 하면 그 닐개 끝에 해당하는 곳에 ‘비안도항 북방파제 등대’가 서 있다. 2024년 설치된 이 등대는 4초에 한 번씩 빨간색 불빛을 깜빡여 입항 또는 출항하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이달(5월)의 등대’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비안도 방문객들 사이에 북방파제 등대 앞에서의 ‘인증샷’ 촬영은 필수 코스가 됐다. 마침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항로표지기술원이 ‘이달의 등대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니 등대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참고할 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