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車 이미지 벗고 날렵하게… 더 젊어지고 똑똑해져 돌아왔다

현대차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 시승기

‘플레오스 커넥트’ 첫 적용, SDV 변신
계기판 대신 운전대 뒤 ‘슬림 DP’ 도입
글레오 AI, 내비 목적지 설정 등 지원
일부 대화에선 답변 끊겨 아쉬움 남아

‘샤크 노즈’ 형상 강조 등 세련된 디자인
현대차 최초 탑재 전동식 에어벤트 눈길
사고 방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적용
주행 성능 좋아 빗길서도 승차감 편안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플래그십 세단 ‘그랜저’가 더 똑똑해져서 돌아왔다. 현대차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가 적용되며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출시 첫날부터 계약 대수 1만대를 넘어서며 높은 관심을 증명하기도 했다.

최근 그랜저 7세대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인 ‘더 뉴 그랜저’ 가솔린 2.5 캘리그래피 트림을 직접 타봤다. 서울 강동구 더리버몰에서 출발해 강원 춘천 남면의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코스였다. 춘천으로 가는 약 70㎞는 조수석에 동승해서 서울로 돌아오는 약 55㎞는 직접 주행하며 그랜저를 경험해 봤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주행 모습. 현대차 제공

◆‘말 통하는 그랜저’… AI 비서가 명령 척척



새 그랜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플레오스 커넥트가 탑재되면서 달라진 실내다. 특히 차량 실내 중앙의 17인치 대형 터치스크린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 테슬라 차량에서 볼 수 있던 것과 유사하고, 기존 현대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의 12.3인치보다 대폭 커졌다. 마치 태블릿 PC를 쓰는 느낌을 주기도 했고, 화면을 3분할로 사용해도 답답하지 않았다. 주행 정보, 내비게이션, 미디어 앱(애플리케이션)을 한 번에 보는 식이다.

 

기존 계기판이 사라진 점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대신 스티어링 휠(운전대) 뒤 직사각형 모양의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를 통해 주행 가능 거리, 주행등 상태, 재생 중인 음악, 연비 등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가리지 않기 위해 스티어링 휠도 더블 D컷 형태로 바뀌었다. 다만 헤드업디스플레이(HUD)로 주행 속도와 경로 등 주행 필수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슬림 디스플레이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았다.

플레오스 커넥트의 핵심은 차량 내 AI 에이전트 ‘글레오 AI’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개발된 글레오 AI는 ccNC 내 단순 음성 인식 수준에서 확연히 업그레이드됐다는 게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실제 글레오 AI는 내비게이션 목적지 설정, 공조 제어, 차량 기능 조작 등을 지원하고, 구역별 음성인식도 가능하다. 운전석에서 “글레오, 창문 열어줘”라고 하면 운전석 쪽 창문을 열어주는 식이다. “글레오,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구야?”라는 질문에도 즉각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내부. 유지혜 기자

다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느껴졌다. 주행 중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 좀 올려줘”라거나 “뒷유리 블라인드 열어줘”라는 요청에 지원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일부 대화에서는 답변이 끊기기도 했다. “열선시트 끄고, 통풍시트 켜줘”라는 명령은 바로 수행했지만 열선시트를 뜻하는 ‘엉뜨’를 꺼 달라는 말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장선 현대차 음성인식개발팀 책임연구원은 “일부 제어 기능은 법규나 안전상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다”며 “다만 추후에 제공할 수 있게 되면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어진 얼굴… 편안함·안정감은 그대로

외관은 한층 날렵해지고 ‘젊어진’ 모습이었다. 흔히 그랜저에 따라붙는 ‘아빠 차’ 이미지가 아닌 세련된 인상을 줬다. 기본적인 디자인 틀은 유지됐지만 기존보다 15㎜ 길어진 프런트 오버행(차량 끝에서 바퀴 중심까지의 거리)으로 현대차 세단의 상징 ‘샤크 노즈’(상어의 코) 형상이 더욱 강조됐다. 얇고 긴 헤드램프와 새로운 메쉬 패턴 콘셉트의 라디에이터 그릴도 고급스러웠다. 시승 차량은 신규 외장 색상인 ‘아티스널 버건디 매트’로, 보자마자 ‘예쁜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장도 버건디 색상이어서 연령이나 성별을 크게 타지 않을 것 같았다. 기존 그랜저 범퍼에 있던 후면 방향지시등 위치가 테일램프 하단으로 올라온 것은 수요자 의견을 잘 반영한 점으로 보였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 내부. 현대차 제공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전동식 에어벤트’도 실내 공간의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전동식 에어벤트는 풍량·풍향 등 공조 기능을 디스플레이에서 제어할 수 있고, 공기 토출구를 감춰 대시보드 여백을 더욱 매끄럽게 했다. 투명도를 6개 영역으로 나눠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비전 루프’도 현대차에서 처음 적용됐다.

주행 성능은 그랜저 명성에 맞게 훌륭했다. 시승 당일 비가 내려 노면이 다소 미끄러운 상태였지만 승차감이 편안했다. 초보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는 상황에도 움직임은 부드럽고 차분했다.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날 때도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했다. 다만 급격한 코너링 상황에서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조여지는 등의 기능은 작동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시승 후 계측된 연비는 12.2㎞/ℓ였다.

다양한 안전·편의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주행 중 디스플레이 화면을 오래 바라보자 즉각 전방 주시 경고가 표시됐다. 사용해 보지 못했지만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도 적용됐다. 정차나 저속 주행 중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오인해 급격히 밟는 상황을 감지하자마자 구동력을 제한하고 제동을 걸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최대 50m 경로를 기억해 후진 시 자동으로 조향을 제어해 주는 기억후진보조(MRA) 기능은 좁은 골목이나 복잡한 주차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더 뉴 그랜저는 가솔린 2.5, 가솔린 3.5, LPG 3.5, 가솔린 1.6 터보 하이브리드 등 4가지 엔진 라인업으로 출시됐다. 판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가솔린 2.5 4185만원, 가솔린 3.5 4429만원, LPG 4331만원, 하이브리드 4864만원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