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가 없어 이른바 ‘과수 구제역’이라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확산하면서 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충북 충주의 한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 농민은 31일 “사과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정말 자식 같은 심정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과수화상병 확진을 받고 10년 동안 들인 정성이 단 2~3일 만에 굴삭기 아래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몰 이후 앞으로 18개월 동안은 같은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을 수도 없다고 하니 그동안의 세월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인근 청주의 또 다른 감염 농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 농민 역시 “한 해 농사를 위해 수년 동안 정성껏 관리해 온 과수원인데 병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통째로 매몰하게 돼 허탈하다”며 “과수화상병 특성상 매몰 이후 생계 부담이 너무 크다. 하루빨리 현실적인 보상과 지원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충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후 5시 기준 도내 과수화상병 발생 현황은 24농가 11.77㏊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22농가 7.52㏊) 대비 농가 수는 109.1%, 피해 면적은 156.6% 수준으로 증가한 수치다. 지역별로는 청주 10농가(2.85㏊), 충주 5농가(1.99㏊), 음성 4농가(3.53㏊), 보은 2농가(0.74㏊), 괴산 1농가(1.24㏊), 진천 1농가(1.10㏊), 제천 1농가(0.32㏊) 순이다.
농정당국은 감염 확인 즉시 과수농장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고 감염나무 제거 및 생석회 살포, 매몰 처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 도내 방제 완료율은 70.8%(17농가 4.84㏊)이며 나머지 6.93㏊(7농가)에 대해서도 매몰 작업이 계속 추진 중이다. 청주시 한 식물방제관은 “과수화상병은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농촌진흥청의 보상 기준이 확정되는 대로 피해 보상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게 조치해 농가들의 영농 차질을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도농업기술원은 최근 ‘긴급 현안 대응 회의’를 열고 유관 부서 및 시?군 연구소와 협업해 합동 예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앞서 농기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사전 제거 집중기간’으로 병진을 찾아내고 생육기 예방 약제 지원과 방제 유도 등을 진행했다.
충북농기원 관계자는 “사람으로 치면 코로나19나 감기 같은 개념으로 현재로서는 치료제가 없고 시중에 나온 약들은 어디까지나 ‘예방약’”이라며 “개화기 전?중?후에 농가에서 약제 방제를 철저히 하고 발생 시 신속하게 묻어 격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