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골목마다 적막이 내려앉고, ‘지방 소멸’이라는 거친 유령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백약이 무효’라는 탄식이 정설처럼 굳어진 바로 지금, 경기도의 중심 수원에서 들려오는 숨 가쁜 반전의 맥박은 그래서 더 가깝게 다가온다.
수원시 영통구의 한 골목, 고등학생 큰딸부터 돌잡이 막내까지 여덟 식구의 온기를 책임지는 이혜련(43)씨의 고백은 울림이 깊다. “단 한 번도 육아휴직을 쓰지 않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조부모의 품이 아니라 늦은 밤까지 문을 열어두던 우리 동네 어린이집과 공공 돌봄 덕분이었다”는 담담한 소회다.
아이들이 각자의 손에 바이올린과 첼로를 쥐고 서로가 서로의 스승이 돼 작은 사회를 배워가는 풍경은, 다자녀가 결코 개인의 희생이나 짐이 아닌 ‘더 넓은 배움의 길’임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수원시, 저출생 반전…‘촘촘한 돌봄’이 출산율 깨웠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구의 커다란 일렁임이 없던 최근 3년 사이, 수원시의 출생아 수는 6000여명에서 7000여명으로 1000명 가까이 급증했다.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합계출산율 역시 0.732명으로 뛰어오르며 경기도와 전국의 증가 폭을 저 멀리 따돌렸다. 일시적 반등이 아닌, 단단한 흐름의 변화로 읽힌다.
반전의 비결은 현란한 구호나 뜬구름 잡는 거대 담론에 있지 않았다. 수원시는 저출생이라는 굳은 자물쇠를 풀 열쇠로 워킹맘과 워킹대디의 가장 시린 아침을 보듬는 ‘시간의 혁신’을 택했다.
맞벌이 부부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던 초등생 자녀의 아침 돌봄 공백을 메운 ‘중소사업장 10시 출근제’는 일터의 해묵은 타성을 깨뜨렸다. 지자체의 작은 실험으로 시작된 이 온기 어린 시도는 마침내 국가 표준 정책으로 확장되는 열매를 맺었다.
마을이 가진 연대의 힘을 공공의 안전망으로 길러낸 안목도 빛났다. 통장님과 믿을 만한 이웃들이 고사리손을 잡고 골목길을 걷는 ‘초등 저학년 등하교 동행돌봄’은 올해 44개 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독박 육아라는 고독한 방에 갇혀 있던 부모들에게 “우리가 함께 걷고 있다”는 든든한 연대의 손길을 내민 셈이다.
이 촘촘한 돌봄의 그물망 안에서 아이들은 안전하게 자라고, 부모들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쉰다.
마을이 품은 따뜻한 연대의 힘이 어떻게 공공의 안전망으로 안착하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이정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수원시는 조금 더 과감한 실리적 마중물을 부었다. 첫째 아이부터 품에 안겨주는 신규 출산지원금과 둘째 아이를 향한 인상 혜택은 출산 가정의 해묵은 가계 부담을 조금이나마 낮췄다. 지갑의 무게를 덜어주자 시민들의 응답은 전년 대비 292% 급증이라는 신청 수치로 돌아왔다.
◆6월 다채로운 가족친화 사업·문화 프로그램에 시선 집중
이제 수원의 시선은 가정의 울타리를 넘어 일터와 사회 전체로 향한다. 임금 삭감 없이 특별휴가나 조기 퇴근을 장려하는 중소기업에 최대 400만원을 쥐여주는 ‘일가(家)양득 장려금’은 상생의 일터를 일구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6월, 서호천의 푸른 물줄기와 광교 생태숲에서 펼쳐질 다채로운 생태 프로그램들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 ‘수원의 아이는 수원이 함께 키우겠다’는 거대한 공동체 신뢰 선언으로 해석된다.
△서호천 ‘에코 패밀리 캠프’(6일) △칠보산 ‘초록 생태놀이터’(9일) △광교 ‘생태숲 탐사’(7·14일) △광교푸른숲도서관 ‘펫과 함께하는 푸른숲 책뜰’(12일) △영흥수목원 ‘수원청년 연애의 발견’(19일) 등이다.
결국 행정이 시민의 일상에 다정하게 응답하고, 일터와 이웃이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때 도시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얻는다.
독박 육아의 눈물을 닦아내고 공동체의 연대를 복원하려는 수원의 발걸음은,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의 지도를 가장 따뜻하고 유능한 방식으로 다시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