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피터 틸 등이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술기업계는 일반적으로 민주당과 더 가까운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조금 바뀐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발전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AI 모델의 보안 검증을 강화하는 AI 행정명령에 대한 서명을 늦추고, 외국 정부에 대해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라고 압박하는 사이 민주당 내에선 AI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AI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지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의회 진보 코커스다. 새로운 기술기업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텍사스 오스틴을 지역구로 하는 그렉 카사르 의장은 “미국인들은 AI가 소수의 억만장자를 더 부유하게 하고 수백만명의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는 점을 정당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진보의 상징이자 민주당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도 민주당의 반 AI 움직임을 주도한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이 AI 관련 단체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은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과 AI 딥페이크, 아동 피해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빅테크 독점 문제를 법률적으로 다뤄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지난주 AI 기업과 데이터센터에 대한 과세 방안을 새로 제시했다. 또 데이터센터가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 조사도 진행 중이다.
진보성향 의원들 외에 상대적으로 중도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도 최근 AI 행정명령을 내놓으면서 같은 당 진보 의원들과 차이를 좁히는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 자체는 육성하되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AI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을 지원하자는 주장으로, 더 많은 복지정책, 노동조합 우대를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뉴섬 주지사 스스로 최근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 행사에서 민주당이 AI에 대해 “1944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새로운 사회계약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접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