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亞동맹국 국방비 증액 압박… 韓 전작권 전환엔 “고무적”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중국 견제용’ 국방비 지출 촉구
‘국방비 증액 약속’ 한국 콕집어
“실용주의·리더십에 박수” 강조
전작권 전환 시기 등은 인식차
안규백 “동맹·자주국방 강화” 화답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이 아시아 동맹국들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한 한국 정부에 대해선 모범 사례로 언급하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미 국방, “한국 실용주의에 박수”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헤그세스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정당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아시아 동맹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미국이 자체 군사력에 1조5000억달러(약 2260조5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아시아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도 GDP의 3.5%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헤그세스 장관은 그러면서 “‘부담 공유’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알고 싶다면, 한국을 살펴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전쟁을 학문적 연습처럼 여길 여유가 없기 때문에 꾸준히 국방에 투자해 왔다”며 “한국은 최전선에 있기에 실질적인 전투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비를 새로운 국제 기준인 GDP의 3.5% 수준으로 증액하고 재래식 방어에 있어 더 큰 책임을 지기로 한 결정은 위협 환경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했기 때문에 내려진 단호한 결정이었다”며 “우리는 한국이 보여준 실용주의와 리더십에 박수를 보낸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동맹국과 파트너국들이 이러한 길을 따를 때, 이 지역은 훨씬 더 안정적이고 안전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부담 공유를 적극 실행하는 동맹국과 그렇지 않은 동맹국에 대한 대우를 달리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는 “진정한 파트너로서 책임을 다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며 “무기 판매를 신속히 처리하고, 산업 기반 협력을 심화하며, 정보 공유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납세자들의 관대함에 계속 무임승차할 수 있다고 믿는 국가들은 지금 우리의 말을 명심하라”며 “그런 시대는 끝났다. 공동 방위를 위해 나서서 자기 몫을 다하지 않는 동맹국들은 우리와의 협력 방식에 있어 분명한 변화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연설을 한 뒤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안규백 “동맹·자주국방 강화 병행”

 

헤그세스 장관은 질의응답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의지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과 이 문제에 대해 긴 시간 대화했고, 이달 방미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동맹국이 더 빨리 더 많은 통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며, 이는 우리가 계속해서 장려하고 싶은 본능”이라며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헤그세스 장관은 전작권 전환 과정에서 “미군의 작전 계획과 미군 장병들이 수십 년간 지녀온 책임이 존중되는 지점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중석에 앉아 있다가 발언 기회를 얻은 브런슨 사령관은 전작권 전환에 대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역량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대안의 관점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조건 충족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한다는 전제 아래 한국은 이르면 내년에 전환을 이룬다는 목표인 반면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2029년 1분기’를 거론하면서 양국의 인식차가 부각된 바 있다.

 

안 장관은 동맹 강화와 자주국방의 병행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같은 날 샹그릴라 대화 본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노선과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북·러 군사협력 등을 거론하며 “동맹과 자주국방의 강화 노력을 병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반도 방위를 위한 독자적 역량 강화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형 3축 체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미국과 확장억제 협력도 심화·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호르무즈해협 항행 정상화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도 언급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주요 해상로에서 국제법에 기반한 자유로운 항행의 보장을 매우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전을 위한 여러 국제적 노력에 함께하고 있으며, 국내법 등을 고려한 현실적 기여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함 파견 등 구체적인 기여방안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