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해 특별권고를 내놓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초과이익의 재투자’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글로벌 시장 주도권과 기술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보호해야 한다는 전방위적 위기감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주요 대기업 노조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제도화’ 요구나 사회적 분배 논란을 차단하고, 기업의 초과 이윤을 미래 기술 선점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써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경총은 31일 회원사에 전달한 경영계 특별권고를 통해 노조의 영업이익 직접 배분 요구가 고유한 경영 판단이자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임을 명확히 했다. 최근 주요 대기업 노조가 성과급 산정 기준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앞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에 연동한 거액 성과급에 자극받은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 압박으로 사실상 ‘영업이익 연동형’ 보상 체계를 이끌어낸 후 자동차·조선·정보기술(IT)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영업익 N%’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기아 노조는 영업이익의 30%를 각각 성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 업계에서도 회사 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산정하자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 노조는 “삼성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판을 바꿨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노조도 고난도 노동과 실적 개선에 걸맞은 보상을 촉구하고, 카카오 등 IT·플랫폼 업계에서도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그럼에도 초과이익 배분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 것과 관련해 정부 지원과 공공 인프라의 혜택을 본 특정 기업의 엄청난 이익을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주머니에만 몰아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지 않아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초과이익을 오로지 정규직 원청 직원만 배타적으로 가져가야 하는가’의 문제”라며 사회적 배분론을 지핀 이유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성과급을 받는 당사자들도 사실 노동 의욕이 과연 유지될지 고민스러울 정도의 금액”이라며 “기업 내부에 쌓이는 것, 또는 임원이나 대주주가 다 가져가는 게 바람직한 것도 아니어서 사회적 재분배의 필요성 있다”고 했다. 그는 하청 노동자와 함께 배분될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 발전에) 전력망 등 많은 자원이 한곳에 쏠린 셈으로, 사회적 재투자 관심에서 하청 업체 및 노동자와 함께 배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초과이익 배분 논의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기본소득을 의도한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초과이익 논의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급한 국민 배당금이나 기본소득 문제를 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어떤 차원인지 문제 제기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동부와 산업부 간 엇박자로 논쟁을 일으킬 게 아니라 혼란을 정리하는 게 정부 역할이라고도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영자와 노조가 이 이슈로 각자 주장이 갈릴 수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자본 자유화 시대의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은 결정을 내리면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만큼 해외 선진국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살피며 가이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