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한·일, 적극 협력하되 군사동맹까지 가선 안 돼” [차 한잔 나누며]

美·中·러 사이 놓인 ‘중견국’ 규정
과거사·독도 지속논의 필요 강조
日 ‘對中전략’ 끌려가는 구도 경계
일본 내 보수층 압박 변수 지목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독도와 한·일 과거사 문제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 석·박사 학위를 받고, 이후 한국 국적을 택한 그는 학자로서 일본의 언어와 정치문화를 내부자의 감각으로 읽고, 동시에 한국의 역사·영토 문제를 연구해왔다.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을 지내며 독도 영유권,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일본 우익 역사관 비판 등을 주된 연구 영역으로 삼았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며 셔틀 외교가 강화되는 요즘, 호사카 교수에게 한·일 관계에 대해 물었다. 지난달 2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호사카 교수는 “한·일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한·일 군사동맹으로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호사카 유지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한국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호사카 유지 교수 제공

미·중 경쟁이 격화하고 북한 핵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호사카 교수는 “석유 제품이나 에너지 분야처럼 한국과 일본이 서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협력해야 한다”며 “지금은 한국도 일본도 미국에만 온전히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미·중·러 사이에 놓인 ‘중견국’으로 규정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립주의로 인해 협력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협력 문제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기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양국이 논의 중인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언급했다. ACSA는 유사시 탄약과 식량, 연료 등 군수물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국가 간 약속이다. 호사카 교수는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정보 교환이라면, ACSA는 군수물자 교환으로 이어지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용기 급유 같은 제한적 협력은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 있지만, ACSA를 맺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고 말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이 일본의 대중국 전략에 과도하게 끌려 들어가는 구도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유사시 대만 무력 개입 발언을 이어오며 일본의 안보전략을 대중국 억지 쪽으로 더 선명하게 끌고 가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은 이미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며 “여기에 ACSA 체결로 인해 일본과의 군사동맹 성격이 더해지면 한국의 지정학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일 역사 문제는 지속해서 논의해야 할 의제다. 호사카 교수는 “위안부, 강제동원, 독도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은 시민사회와 언론, 학계가 사실관계를 축적하고, 정부는 이를 백서나 공식 문서에 반영하는 식으로 측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보기에 한·일 관계의 변수는 일본 국내 정치다. 일본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원하더라도 독도, 위안부, 강제동원,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 내 보수층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지도자가 국내 지지층을 의식해 강경 발언을 할 가능성은 늘 있다”며 “한국은 그런 배경까지 읽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현재의 한·일 관계를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협력은 필요하지만, 협력이 곧 모든 갈등의 해소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역사와 영토 문제는 사실에 기반해 계속 제기하고, 군사협력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은 반도체와 방위산업 등에서 과거보다 훨씬 큰 힘을 갖게 됐다”며 “그 힘을 일본과의 협력에 활용하되, 한국의 국익에 맞는 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