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브리핑] 대법 “불법 개인정보 이용도 ‘개인정보처리자’로 처벌해야” 外

대법원이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도박사이트 개설 과정에 활용한 운영자를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로 보고 실형을 확정했다.

 

구 ‘유류분(遺留分)’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끌어낸 당사자가 유산 소송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 뉴시스

◆대법 “불법 개인정보 이용도 ‘개인정보처리자’로 처벌해야”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근 도박공간개설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2024년 도박사이트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다른 도박사이트 회원 790여명의 이름과 계좌번호, 휴대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넘겨받았다. 이후 사이트의 입출금 및 게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 해당 개인정보를 이용해 회원으로 무단 가입시키는 등 사이트 운영에 활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의 쟁점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개인정보를 취득한 사람도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심은 A씨를 개인정보 취급자로 보고 ‘정당한 권한 없는 이용에 의한 위반죄(개인정보보호법 71조 10호)’만 적용했다.

 

2심은 1심의 징역 1년 형량은 유지하면서도 A씨가 개인정보 운용 주체인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동의받은 범위를 초과한 이용에 의한 위반죄(개인정보보호법 71조 2호)’를 적용했다.

 

대법원은 2심과 마찬가지로 A씨를 개인정보처리자로 봤다. 대법원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타인의 개인정보를 취득·이용했더라도 업무상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했다면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며 “불법 취득자라는 이유만으로 제외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라는 법의 목적에 반하고 피해자 보호에도 공백이 생긴다”고 짚었다.

 

다만 1·2심이 각각 적용한 조항이 서로 배척되는 관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이 적용한 ‘정당한 권한 없는 이용’과 2심이 적용한 ‘동의받은 범위를 초과한 이용’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함께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 같은 법리 오해가 형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 “헌법불합치 결정 난 유류분조항 그대로 적용하면 안 돼”

 

고인을 부양한 자녀 등의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에 반영하지 않은 민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도 개선 입법 전이라며 그대로 적용해 판결한 하급심 판단이 대법원에서 깨졌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고(故) A씨의 자녀들이 홀로 A씨의 재산을 물려받은 형제 B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B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사망 전 아들 B씨에게 건물 지분을 넘겨주고 부동산과 예금계좌 예탁금 등 금융재산 일체를 유증(유언으로 재산을 증여)했는데, 나머지 자녀들이 자신들 몫의 유산을 달라며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에 이어 2심도 B씨가 일정 비율의 유산을 형제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판단해 2023년 2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B씨는 이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헌재는 2024년 4월 고인을 오랜 기간 부양하거나 상속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1118조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다만 법적 안정성을 위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2025년 12월31일까지 기존 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B씨는 헌재 결정을 근거로 재판을 다시 해달라며 재심을 청구했지만, 대구고법은 2024년 9월 이를 기각했다. 헌재 결정 이후 개선 입법 시행 전까지는 문제의 법률 조항이 계속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나타난 구법 조항의 위헌성, 헌법불합치 결정 및 잠정적용의 이유 등에 의하면 헌재가 일정 시한까지 구법 조항의 계속 적용을 명한 것은 유류분 제도를 시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계속 유지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법 조항에 의해 기여분과 유류분이 단절돼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는 데 따른 기본권 침해를 개선입법 시행 시까지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짚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올해 3월 개정된 민법 조항이 B씨 사건에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