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으로 타격을 입었던 이란이 지하 미사일 기지 복구 작업에 속도를 내며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상당 부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인용해 이란이 공습으로 매몰됐던 지하 미사일 기지 출입구를 잇달아 복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터널 입구와 진입로를 파괴해 지하 미사일 시설 접근을 차단하려 했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전략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은 18개 지하 미사일 시설의 터널 입구 69곳 가운데 50곳을 다시 개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시설에서는 폭격으로 파괴된 도로가 복구되거나 재포장된 모습도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수주 동안 도로를 파괴하고 터널 입구를 매몰시키는 방식으로 이란의 지하 미사일 기지 접근을 차단해 왔다. 그러나 이란은 불도저와 덤프트럭 등 비교적 단순한 장비를 동원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며 미사일 운용 능력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기지에서는 10대가 넘는 건설 장비가 터널 입구 복구에 투입된 장면도 확인됐다.
이란 남서부 데즈풀 미사일 기지의 경우 지하 시설로 연결되는 5개 출입구 가운데 4곳이 복구된 상태로 나타났다. 케르만샤 북부의 미사일 기지에서도 터널 입구와 연결 도로가 다시 사용 가능한 상태로 정비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터널 입구를 타격하는 방식만으로는 이란의 미사일 전력을 완전히 무력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란이 20여 년에 걸쳐 구축한 지하 미사일 시설은 수백m 두께의 암반 아래 위치해 있어 지상 공습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은 현재도 약 1000기의 미사일을 지하 시설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깊은 지하에 저장된 미사일은 공습 피해를 피했을 가능성이 크고, 발사대와 운용 인력이 남아 있는 한 미사일 발사는 계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센터의 샘 레어 연구원은 “이란이 생산 능력을 상실하더라도 발사대와 운용 인력이 남아 있는 한 미사일 발사는 계속할 수 있다”며 “상당한 규모의 미사일 비축분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군은 전술적 성공을 거두는 데 매우 뛰어나지만, 이를 실현 가능한 전략적 목표와 연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전략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의 미사일 전력 제거를 전쟁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이란의 지하 미사일 기지가 빠르게 복구되는 정황이 확인되면서 군사적 타격만으로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제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대 산하 평화연구안보정책연구소의 티무르 카디셰프 선임연구원은 “이란은 지난 20년 동안 이런 형태의 전쟁에 대비해 왔다”며 “매우 철저하게 준비돼 있다”고 평가했다.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드론 생산을 재개하고 미사일 발사대와 생산시설 복구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는 CNN에 “이란은 군사력 재건과 관련해 정보당국이 예상했던 일정을 모두 앞질렀다”고 전했다.
카디셰프 연구원은 “이란을 상대로 군사적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매우 정교하고 값비싼 무기로 파괴해야 하지만, 복구는 불도저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