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피해 유족 “17세 이채원으로 기억해주세요”

피의자 장윤기, 성폭력범죄 등 추가 혐의로 검찰 송치
지난달 5일 광주에서 발생한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고(故) 이채원(17)양의 모습이 방 안에 놓여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갈무리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 유족은 “우리 딸을 ‘광주 여고생 살인 사건 피해자 A양’이 아닌 ‘17세 이채원’으로 기억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31일 광주일보와 MBC 보도에 따르면 고(故) 이채원(17)양의 아버지 이모씨는 “사건보다 이채원이라는 이름이 기억되고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딸의 이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채원양의 방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멈춰 있다. 매일 입고 다니던 교복이 단정하게 걸려 있고, 책상 위엔 교재와 학용품이 그대로 놓여 있다. 태블릿에선 생전 채원양이 즐겨 듣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씨는 사건 당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 경찰의 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갔을 때도 교통사고일 것으로 생각했지 딸이 강력범죄 피해자가 됐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이씨는 말한다.

 

이씨는 “채원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눈도 감지 못한 채 있었다”면서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지금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어 “사춘기도 없을 정도로 정말 착한 아이였다. 단 한 번도 엄마 아빠한테 화내고 그런 적 없었다”며 딸을 그리워했다.

 

채원양의 부모는 가해자 장윤기가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되도록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어머니 최모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더라. 저희 딸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거는 잊히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채원양은 지난달 5일 오전 0시 11분쯤 광주 광산구 월계동 한 대학교 인근 인도를 걷던 중 장윤기(23)가 휘두른 흉기에 살해당했다.

 

장윤기는 채원양의 비명을 듣고 도우려 온 남고생(17)에게도 흉기로 중상을 입혔다.

 

광주경찰청은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장윤기에 대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지난달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장윤기의 이름·나이·얼굴 사진 등을 공개했다.

 

이후 광주 광산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성폭행)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감금 등 혐의를 추가해 장윤기를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장윤기는 여러 차례 직장 동료인 외국인 여성 A씨를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3일 새벽 광산구 월계동 A씨 집에서 A씨를 10시간 이상 감금하고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장윤기는 A씨에게 교제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주거지 주변을 서성이는 장윤기를 보고 112에 스토킹 의심 신고를 하고 타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A씨가 이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장윤기는 경찰의 ‘스토킹 경고 문자’에도 30시간 가까이 A씨를 찾아 첨단지구를 배회했다.

 

A씨를 찾지 못하자 분노가 극에 달한 장윤기는 범행 대상을 귀가 중이던 채원양으로 변경하고 미행,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장소로는 인적이 드물고 방범용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인 샛길 초입을 택했다.

 

장윤기는 체포 당시 범행에 사용한 흉기 외에 포장을 뜯지 않은 흉기 1점을 지니고 있었는데, A씨를 살해할 목적에 남겨뒀던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장윤기는 앞서 지난 14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바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범행 동기 규명을 포함해 성범죄, 스토킹, 포렌식 결과 분석 등 구속기간을 연장해 보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장윤기는 수사 과정에서 “사는 게 재미가 없었다. 자살을 고민하던 중 범행을 결심했고, 누군가 데리고 가려 했다”는 진술을 반복하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