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자 이어…트럼프, 이란도 '냉혹한 현실의 벽'

'몇주내 이란 굴복' 야심 실종된채 종전협상 교착 지속
"성과엔 '간단한 해결책 상상' 아닌 지속관리·후속조치 필요"

이란을 조기에 군사적·외교적으로 굴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의기투합해 2월 28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할 때는 이란 국민에게 정권교체를 촉구하는 등 매우 자신만만했으며 몇 주 내에 이란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으로부터 핵 계획과 미사일 계획 포기, 중동 지역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포기는 당연히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3월 6일 자신이 차린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무조건 항복 외에는 이란과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썼으며, 같은 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군사작전 기간을 4주 내지 6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작년 말 베네수엘라에 대한 봉쇄에 이어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생포하는 작전에 속전속결로 성공한 경험에서 왔다.

그러나 전쟁 개시 후 3개월이 지난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그보다 훨씬 소박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8일부터 유지되고 있는 휴전을 연장하고 이란에 경제적 양보를 하는 대가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얻어내는 방안을 이란과 협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 계획 포기나 중동지역 친이란 무장세력 지원 포기 등은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채 이란에 핵 보유를 허용할 수 없다는 발언만 계속하고 있다.

그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밝힌 이란의 핵보유 차단조차 실질적으로는 휴전을 연장하는 합의에 이른 뒤에나 협상에 들어갈 수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전쟁 때문에 막혀버린 주요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먼저 개방하고 나중에 핵 협상을 이어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 체결을 이란과 논의하고 있다.

그마저도 근본적인 견해차와 내부 강경파들의 반발 때문에 애초 합의안이 무산되고 새로운 요구를 담은 수정안이 재차 논의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서도 자신이 이를 곧 마무리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적이 있으나, 최근에는 언급조차 자주 하지 않는다.

그는 2024년 대선 당시에 본인이 당선되면 취임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말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는 그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종전협정 체결이 머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말했으나 실현은 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0월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자신의 '20개조 가자지구 재건방안'에 대해 열성적으로 설명했으나 그 첫걸음이 될 하마스 무장해제조차도 8개월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이며 가자지구는 여전히 폐허 상태다.

이런 상황은 단기간의 집중적 화력 과시만으로 군사적 승리를 거둘 수 있고 외교 문제는 지도자간의 비정기적 통화와 정상회담, 그리고 특사 방문 등 '톱다운' 방식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회담을 지속하기 위해 전통적 외교 방식으로 꾸준한 접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스티브 윗코프 특사,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의 방문에 의존하고 있다.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대표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복잡하고 지속적인 국제 문제에 대해 빠르고 간단한 해결책을 상상한 첫 대통령은 아니다. 하지만 차이를 만드는 것은 거창하고 극적인 발표가 아니라 지속적 관리와 후속조치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상황과 마찬가지로 이란전도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나 교착 상태에 빠졌다며 "아마도 이 모든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대한 야망이 글로벌 현실의 벽에 부딪힌 불가피한 결과일 수 있다. 아마도 이는 과도한 개입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의 초기 군사작전 성공에 도취해 '미군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고 가정하는 것 같다며, 이는 미국의 힘을 근본적으로 오해하고 있는 탓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