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의 상장이 이달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이 관련 펀드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이 같은 열기가 단순한 기대를 넘어 위험한 과열 국면으로 번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 지분을 보유한 영미권 뮤추얼펀드 3개와 ETF 4개에는 지난해 12월 기업공개(IPO) 계획이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140억달러(약 21조원)가 순유입됐다. 아직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주식을 직접 살 수 없는 상황에서도 이처럼 자금이 몰린 것은 시장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관련 펀드로 140억달러 유입…ETF도 우후죽순
대표적인 사례는 영국의 대형 폐쇄형 펀드인 스코티시 모기지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다. 이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17.9%를 스페이스X에 투자하고 있는데, 최근 몇 달 사이 순자산가치(NAV) 대비 약 7%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스페이스X 비중이 각각 18.9%, 13.8%에 달하는 에든버러 월드와이드와 베일리 기포드 US 그로스 역시 올해 들어 일제히 프리미엄 거래로 전환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페데레이티드 헤르메스의 조던 스튜어트 투자 이사는 FT에 “시장의 거의 모든 주체가 스페이스X 지분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며 “스페이스X 지분을 담은 펀드를 사겠다는 투자자 문의가 매일 들어오는데, 이런 열기는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관련 상품 출시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FT에 따르면 현재 스페이스X 익스포저를 내세운 신규 ETF가 최소 14개 상장을 앞두고 있다. 그래닛셰어즈, 레버리지셰어즈, 디렉시온 등 주요 ETF 운용사들은 스페이스X 주가 흐름을 수배로 증폭시키는 레버리지·인버스 ETF 출시를 당국에 신청한 상태다.
◆월가 “스파게티 캐논…투기적 광풍” 경고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의 분위기를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아문디의 배리 클래빈 주식 부문 총괄은 FT에 “이 모든 현상은 시장의 적신호로 봐야 한다”며 “‘고민 없는 과감한 투자가 이긴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그런 방식이 결국 어떻게 끝나는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이를 두고 업계에서 이른바 ‘스파게티 캐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스파게티 면을 벽에 던져 달라붙는 가닥만 남기듯, 인기 테마와 연관된 ETF를 한꺼번에 쏟아낸 뒤 살아남는 상품만 남기는 관행을 뜻한다. 특히 레버리지 ETF는 기대 수익이 큰 만큼 손실 위험도 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르미냑의 크리스토퍼 배럿 글로벌 주식 총괄은 “현재 상황은 투기적 광풍에 가깝다”며 “투자자들이 적정 가격을 따지지 않은 채 무작정 돈을 들고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뉴버거 버먼의 레노스 샤비데스 ECM 총괄도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은 커리어를 통틀어 단 한 번 만날까 말까 한 사례”라면서도 “현재 시장 분위기는 IPO 붐 뒤 급격한 침체를 겪었던 2021~2022년과 너무 닮아 있다”고 우려했다.
◆몸값 2700조원 목표…12일 상장 유력
그럼에도 낙관론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스페이스X는 재활용 발사체와 저궤도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로 우주산업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올해 2월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를 합병하면서 성장 기대를 더욱 키웠다. 현재 스페이스X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제치고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비상장 기업으로 꼽히며, 이번 상장에서 최소 약 1조7500억달러(약 2600조원)의 몸값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 기업 주가도 급등세다. FT에 따르면 스페이스X 공급사인 영국의 필트로닉과 한국의 스피어는 연초 이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스페이스X에 주파수 대역을 매각하고 지분을 받은 미국 통신사 에코스타는 지난해 주가 상승률이 500%를 넘어섰다.
스페이스X는 이르면 이달 12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로이터는 지난달 15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로드쇼는 6월 4일, 공모가 확정은 11일, 거래 개시는 12일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 5곳이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종목코드는 ‘SPCX’가 될 전망이다.